어느 활자중독자의 머무는 여행-후속편-
올해 불가능해보였던 퀘스트를 달성한 나에게 선물을 주고 싶었다. 책을 보고 귤을 까먹으며 뒹굴고 싶었다.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예약을 했지만 아쉽게 취소해야 했다. 고백하자면 짝궁에게 프로포즈 할 이탈리아 식당까지 알아놨는데 갈 수가 없었다.
그럼 어딜 향할까? 남해를 갈까? 순천을 갈까? 경주를 갈까?
고민을 거듭하던 찰나에 선정된 여행지는 춘천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행지를 결정할 여유조차 없었던 나는 그저 가까운 데를 훌쩍 떠나고 싶었다. 바로 첫 브런치에 등장했던 "썸원스 페이지"로.
춘천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베트남식 쌀국수를,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소양강 댐이나 닭갈비 골목에는 가지 않았다. 맥주를 한 캔 마시며, 깨알 같은 잡지와 만화책만 주구장창 읽었다. 대신 조곤조곤하고 조용한 친절과 호의를 받았다. 그야말로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여행이었다.
-첫 브런치, 조용하고 게으르게
내가 좋아하는 곳을 다시 방문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이곳이 좋았는데 같이 못 가서 아쉽다고 짝꿍에게 수다를 떨고 싶었다. 실은 작년 봄에 가려고 했는데 내가 아파서 못 갔었다.
다시 간 쌀국수집은 최고였다. 둘이 가니 음식을 세 접시나 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신 이 곳은 다시 내게 “춘천집”이 되어주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나는 책을 기증했었다. 버리고 싶지 않을만큼 소중하지만 팔 수 없어 고민하던 책들이었다. 이걸 골라서 시월쯤 택배를 보냈더랬다.
이 책들이 어디에 놓여있을까, 감동스럽게도 책 표지를 보여주는 배치였다.
새로운 콜렉션으로 당당히 주인공이 되어있었다.
또 특이하고 즐거웠던 나눔이 있었다.
첫째날 혼자 오신 두 분과 이야기를 했는데 K님은 가수이고, B님은 출판기획자였다.
달달상큼한 맥주를 좋아해서 술을 열 두병쯤 사온 나로서는, 이 자리를 그냥 끝낼 수 없었다.
그래서 스파클링 와인과 맥주, 호로요이를 제공했다.
글, 문화등등 다양하게 이야기하다 결국 깨알같은 연애이야기로 끝이 났다.
뮤지컬을 하신다는 K님의 노래는 상큼했으며 다음날 서가에서 발견한 B님이 기증도서는 인상깊었다.
K님 노래는 너무 좋아서 지금도 무한반복중이다. 꼭 뮤지컬 오픈하면 가야겠다.
학교에 필요한 서류를 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아 금요일 오전에 갑자기 서울에 가게 되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은 급하게 마무리되었다. 급작스럽게 떠나온 만큼.
그래도 좋았다. 가길 잘했다. 3월이 되면 다시 가고싶다.
사장님이 소개해준 가게들을 차례대로 들러보고 스물여덟이 된 내 모습도 가능하다면 사진기로 남겨놓고 싶다.
지난번 여행처럼 이번 여행을 요약하자면,
쌀국수를 다시 먹었다. 닭갈비는 두 번이나 먹었다.
맥주는 엄청 많이 마셔서 넘치다 못해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코골이는 덤이었다.
좋아하던 에세이, 만화 그리고 좋은 잡지들을 주구장창 읽었다.
의외로 다이나믹했다. 그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여행이었다.
K님, B님 브런치 구독해주신거 감사드리는데 이 글을 보시려나 모르겠네요.
본문에 등장한 (나의 춘천집!) 게스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