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기피증 걸린 나를 살린 느슨한 연대
어쩌다보니 나는 이런 성향을 갖게 되었다.
1. 일을 쭉 하고 있는 사람. 앞으로도 일을 잘 하고 싶은 사람.
(지치지 않는다면) 환갑까지는 일하고싶은 사람.
2. 결혼을 했지만, 꽤 확고하게 딩크인 여자.
3. 1과 2에 더불어, 여러 사정으로 10년정도 외벌이를 할 사람.
내 주변에 저 세개의 성향을 다 만족하는 경우가 없다.
이렇다보니, 나의 삶에 대해 설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냥 내 모든 일상에 대해서 설명을 덧붙이다보면 곱씹다가 말을 아끼게 되었다.
괜히 이런 이야기를 했던 걸까?
혹은 내 선택이 옳은걸지, 괜히 심사받는 기분이 들어 나는 점점 사람을 기피하게 되었다.
또, 가끔 사람들이 가정 생활과 임신/출산/육아, 업무에 대해 물어볼때
그냥 내 일상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에게도, 가장 오랫동안 알고 있던 친구들에게도 내 고민을 털어놓기 쉽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고, 1년 반동안 거의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또 그러면서 글도 쓰고 싶지 않았고, 쓸 수가 없었다.
요즘 그래도 느슨한 연대감으로 나에게 도움을 주는 곳이 있어 감사한 마음으로 글을 써본다.
한때 계속해서 성장한다는 것,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에 지쳤던 적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함께 관심사를 나누는 IT 분야의 여성 커뮤니티 모집글을 보게 되었다.
모임의 주최자인 분은 실제로 알진 못했지만 브런치를 보며 흠모(!)하던 분이었다.
냉큼 초대를 부탁드렸다.
그렇게 IT 분야에서 일하는 스무명 가량의 여성분들이 모였다.
이 곳에서 하는 일은 다음과 같다.
무슨 뉴스를 봤는지, 무슨 책을 봤는지.
업무와 관련해 무엇을 오늘 배웠는지.
아니면, 그냥 커리어에 관련된 어떤 이야기라도.
나는 이 곳에서 일을 고민하고, 더 잘하고 싶은 성장의 에너지를 느끼게 되었다.
추천하는 컨텐츠는 계속 스크랩하고, 그걸 보는것만으로도 많은 자극을 받는다.
예컨데 며칠전에는 그냥 퇴근 후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는데,
슬랙방을 보고 몸을 일으켜 뭐라도 10분 읽고 잤던 적이 있다.
아직 만나뵙지 못했지만, 곧 있을 오프라인 모임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중이다.
2년 전에 결혼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결혼준비를 하는 분들이 있는 온라인 방이 있다.
그리고 그 곳의 과반수가 임신/출산/육아를 겪고 계시다!
아마 “아이는 어떻게…?” 이라는 말은 내가 십년동안 쭉 들어야 할 말일 게다.
주변에 찾아볼 수 없었던 딩크의 삶이 궁금했다.
그래서 나보다 몇 년 앞선 분들의 사례를 듣고 싶어서 가입하게 된 모임이다.
커뮤니티의 주인분은 난임으로 인해 딩크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겪게 되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3040대 여성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려면
“맘까페”라는 공간에 들어가야 하는데 아이가 없으면 모임에서 배제되기 쉬웠다.
기존 커뮤니티 모임에서는 자발적(선택) 혹은 비자발적(난임)에 의한 딩크를 나누는 경우를 느꼈고,
그래서 그분은 “무늬만 주부”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위로받았고, 자신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었다.
지역적으로 비슷한 분들끼리 상당히 오프라인 모임이 많은 편이다.
아직 나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진 않았지만 이미 무척 많은 도움을 받았다.
2, 3에 대한 나의 부담감을 털어놨을 때, 내가 받았던 따뜻한 위로와 지지는 잊지못할 것이다.
아직 쫄보라 사람 만나는게 두렵지만, 연말에는 한번 꼭 뵙고 싶은 분들.
두 커뮤니티에 있는 분들의 성향도, 나이대도 다르다.
1에 있는 분에게 2에 가까운 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반대도 어렵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나의 이런 점과 저런 점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장소는 중요한듯 하다.
이분들에게 내 속을 털어놓고 나서야, 나는 현실 세계에서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
1번 커뮤니티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https://twitter.com/lovelace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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