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그만큼의 행운

묻고 더블로 가진 못하는 소심이라서요

당첨운이 지지리도 없었는데요.

예전부터 경품, 랜덤추천 운은 없는 편이다. 로또는 커녕 몇백명 되는 행사에서도 경품에 당첨된 적이 없었다. 심지어 내 결혼식에서 하객 대상으로 경품 추첨을 했는데, 스스로 쪽지를 뽑아도 내가 주고싶은 사람이 걸린 적이 없었다.

하지만 로또를 했을 때의 기쁨은 기억한다. 딱 한번이었지만, 차장님의 인심(?)으로 로또 다섯장을 얻었다. 소소한 두근거림이 몽실몽실 피어나더니, 행복한 꿈을 꾸게 되었었다. 한 장도 안 뽑히고 똑 떨어졌지만, 그때 꾸던 기쁨은 기억한다. 이전에는 세계일주를 꿈꾸었고, 지금은 내 집 마련의 꿈만 생각하게 되었던.

딱 그만큼의 행운

그렇게 나는 내 당첨운을 믿지 않았고, 복권 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어서 내가 알고 있던 복권은 연금복권과 로또 정도였다. 가끔 사람들이 토토를 한다고 들었고.

그러던 중 지지난주 주말이었다. 지인들과 함께 편의점에 갔다가 스피또라는 복권을 알게 되었다. 즉석복권인데, 긁으면 당첨금이 바로 나오고 5만원 이하는 바로 편의점에서 돈을 받을 수 있단다. 복권 당첨 명당인 편의점이라 주말에 여길 와서 해보는 재미가 있다고. 예전부터 운이 없다는 걸 안 나는 천 원 짜리와 이천 원 짜리 복권을 한 장씩 샀다. 결과는 두 장 모두 당첨. 많은 금액은 아니고, 삼천원 투자로 오 천원을 벌었다.

두 장을 긁어 두 장 다 뽑혔고, 심지어 당첨금이 두 배짜리도 있다니. 이게 내 행운의 최대가 아닐까? 싶은 마음에 현금을 바꾸러 갔다. 편의점 주인 아주머니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현금을 내어주셨다. 지인이 설명해주기로는, 사람들이 당첨이 되면 더 많은 복권을 바꿔가기 때문에 내가 드문 케이스라 했다. 내어준 현금으로 나는 당첨금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맛있는 쿠키를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남편에게 주었다.

생각해보면 당첨이 되면 난 항상 그런식이다. 소액임에도 지나치게 기뻐하고 남들에게 기분좋게(?)사곤 한다.  이것도 괜찮지 않는가. 본전은 건졌고 거기서 더 욕심내지 말고, (소소한 금액을 더 써서) 남들과 그 행운을 나눴다.

남들과 함께 기분좋게 나눌 수 있는 딱 그만큼의 행운. 질병이 창궐하여 사람을 만나기 힘든 요즘이라, 그 자체가 그리워진다.

사진은 그날 긁었던 복권과 전리품 쿠키. 기분이 무척 좋았던 그 날의 현장을 소소히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