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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얀 Jan 09. 2022

좋아하는 것을 잘 할 수 있다면

잘하는거 열심히 하려던 사람이 받았던 신선한 충격

원래는 잘하는 것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난주 사서가 되지 못한 채, 라는 글을 쓰고, 그 글의 기준이 되어준 글에 소감을 남겨두었다.

“IT 업계로 전직하셨다면 적응에 대한 고생은 없으셨는지?”


왜 없었겠는가? 나는 많은 시행착오를 했고 여전히 지금도 그렇다 생각했다. 하루하루가 쉬운게 없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나의 첫 시작은 SI 커리어였고, 대부분 B2B 업체에 있었다. 잠깐 B2C 프로덕트에 발을 담갔지만, 결과적으로 잘 해내지 못했다. 구직을 할 때도 경력과 이질적이라는 말을 들었고 검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내가 잘 할 수 있는것”은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단계보다는 정책을 새우거나 백오피스 로직을 꼼꼼히 챙기는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때마다 항상 더 큰 챌린지가 와 버거웠던 적이 있다. 이 산을 넘었다 싶으면 다른 산이 넘어와서 늘 고생한단 생각이 들었다.


글쓰고 읽는 나는 소얀이라는 부캐로서 나의 감성적인 영역은 브런치 글쓰기나 문장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만드는 것으로 나누어두었다. 일하는 나는 나머지 이성과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그래서일까? 다들 내가 본업이 IT 기획자라고 하면 놀라더라. 얼마전에 일하는 얀은 전력 모드고 나머지 시간엔 저전력 모드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일하는 얀의 모습과 평소는 다르다는 말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을 보았을때


연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일이 두 가지가 있었다. IT 업계에서 일하면서 권태기가 왔단 이야기를 종종했는데, 오랜만에 느낀 신선한 충격과 부러움이었다.


첫 번째는 텍스쳐(texture)라는 앱을 발견할 때였다. 문장을 큐레이션하고 이를 나누는 앱인데, 나는 이 앱의 기획력에 감탄했다. 좋아하는 문장을 쉽게 올릴 수 있게 하고, 다른 사람이 큐레이션한 문장을 콕, 하고 저장해놓을 수 있는게 좋아보였다. 


이다혜 작가님 등 작가님이 올린 문장들도 볼 수 있고
이렇게 스크랩도 할 수 있다

앱을 볼 때 아, 이렇게 이미지 내 텍스트 처리와 소셜 로그인을 이용해 앱을 만들었구나. 검색할땐 본문 검색과 멤버 검색을 구분해두었네. 저작권 문제는 어떻게 풀어냈을까? 등등의 생각이 들었다.


이걸 더 좋게 개선할 방법을 나보고 찾으라면 말하기 조심스럽단 생각이 든다. 분명 코멘트 기능을 염두에 둘텐데 내부에선 어떤 고민과 정책으로 생각하고 있을까. 텍스처 기부 챌린지로 참여자를 늘렸을텐데 이후 어떻게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큐레이터로 이다혜 작가님과  고수리 작가와 김민철 작가 등을 끌어들인 능력이 부럽다, 스티비에서 미리 뉴스레터를 내어 시장 반응을 살펴보는 과정에 대해서도 참 좋게 느껴졌다.


나도 이런거 만들고싶었는데, 라는 대사가 얼마나 후진지 알지만 질투가 날 정도로 부러웠고, 문장줍기 뉴스레터는 뭐로 먹고 사나, 하는 위기감까지 느꼈다. 3분기부터 알고 있었다 연말에야 써 보았는데, 새벽 네 시까지 잠들지 못했다(나는 혼자 하는 사이드프로젝트이고 그들은 기업인데 이 위기감은 무엇인가)


두번째 앱은 color my tree라는 웹사이트를을 보았을때였다. 롤링페이퍼같은 형식이지만, 크리스마스에 맞춰 공개한다는 컨셉도 재밌었고 트리 디자인이 예뻤다. 개발자와 디자이너 다섯명의 토이 프로젝트였는데, 프로젝트가 생각보다 급성장하면서 250만명의 사용자가 3600만개의 메시지를 보내는 대용량 처리를 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디도스 공격도 받고 분산 처리를 하는 등 토이 프로젝트가 토이 프로젝트가 아니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CS 정책도 고민하면서 서비스를 멋지게 키워낸 개발자들을 본 게 인상적이었다.


*color my tree 스샷 마침 딱 내일 프로젝트종료라고 한다.(공지) 이후 시즌별 프로젝트들도 한다니 기대된다.


이걸 보면서 나는 이정도만 할 수 있어, 라는 한계를 내세운게 못내 부끄러워졌다. 나는 여전히 텍스트를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고, 하지만 그 분야에선 일하지 못하겠다 생각했다. 그 분야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나보다. 이건 나의 뒷걸음질은 아니었을까? 

또 그런 고민도 들었다. 내가 일을 열심히 하고 배웠는데 내가 정말 좋아하고 세상에 내놓고 싶은 프로젝트라면 더욱 더 미친듯이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자기반성도 들었다.


본업에서는, 좋아하는 것을 잘 만들 수 있는 내공을 길러야지


지금 회사에 와서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용량 처리에 대한 이슈, 검색의 작동 방식, 종단간 암호화, 서비스 정책 및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영향평가, AI 서비스에서 활용하는 민감정보의 영향평가. 

(로그인은 아이디 비번만 넣는게 끝이 아니고, 검색은 검색어를 입력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그리고 관리자 서비스에 별 고민없이 다운로드 버튼을 그리면 안 된다는 사실도.

큰 회사에 있기에 협상하거나 챙길 것도 많지만, 그렇기 때문에 배우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프로젝트를 굴리기 벅차서 다른 사람의 기획안을 먼저 살펴보거나 하지 못했다. 좀더 배우고 기획에 반영하거나, 내가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만 징징댔지 좀더 고민해보지 못한게 아쉬운 순간도 많았다. 예컨데 화면 기획안을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그려오고 아이디어를 냈어야 했을때 스트레스를 받았고, 항상 "이 요소도 고민해야 하는데.."라고 쳐내는 쪽에 가까운지라 슬퍼질 때도 있었다.

서비스 기획자 공고중에서는 "대용량 서비스를 처리해본 경험"에 대해 고려해오라 한다. 조금 더 내공이 쌓이다보면, 확장성에 대한 고민과 생각도 함께 할 수 있을까? 내가 언젠가 만들고 싶은 서비스에 들어갔을때 더 헤매지 않고 혜안을 줄 수 있는 기획자가 될 수 있을까? 이 능력을 키우기 위해 나는 무엇을 기대하고 잘 하고 싶은지 생각해봐야겠다.


글쓰는 나는, 좀더 열심히 써봐야지


좀더 글을 열심히 써봐야겠다 생각했다. 내가 연말에 블로그를 살리게 된것은 텍스처앱을 보고 나서였다. 문장 큐레이션에 국한하지 마고 더 써야겠다 생각이 든다. 그래서 블로그에는 현재진행형인 일상을 좀더 표현해야겠다 생각했고, 브런치에도 일주일에 한 번 글을 써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뉴스레터도 당분간 열심히 써보아야겠다. 평생을 할 거라면 부담스럽지만 일단은 진짜, 딱 반년만 더 앞으로 보고.

그리고 텍스쳐만큼은 아니지만 내가 만들고 싶은 사이드 프로젝트 챗봇이 있었는데, 이것도 공부하는데로 얼른 만들어야겠다. 챗봇 채널만 만들어놓고 관리자 페이지를 열어두지도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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