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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Sep 19. 2022

고대가요 공무도하가 vs 현대가요 공무도하가

[고전문학-with 케이팝 ] 한국 100대 명반으로 재탄생한 공무도하가

고전문학과 케이팝!

얼핏 보면 언밸런스한 조합이지만, 고전문학은 케이팝이 있어서 참으로 신이 나고 흥이 납니다. 이번에는 고대 가요 ‘공무도하가’를 현대 감각으로 부활시킨 이상은의 ‘공무도하가’와 엮어 보겠습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기어이 물을 건너셨네.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이제 임을 어이할꼬.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 작자 미상, ‘공무도하가’     


다양한 ‘물’의 이미지

고대가요 ‘공무도하가’에서 ‘물’은 죽음이나 이별의 단절 이미지로 보기도 하고, 새로운 존재로 변화하거나 변신하는 재생 또는 창조의 이미지로 보기도 한다. 이별가인 이 ‘공무도하가’는 고려가요 ‘가시리’나 ‘서경별곡’, 황진이의 시조 ‘어져 내일이야’, 또 민요 ‘신아리랑’, 그리고 현대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으로 이어지면서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인 이별의 정한(情恨)을 노래하고 있다.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님아 님아 내 님아 나를 두고 가지 마오

님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

아~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아~ 가신님을 어이 할꼬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墮河而死(타하이사) 當奈公何(당내공하)

公無渡河(공무도하) 公竟渡河(공경도하)      


님아 님아 내 님아 물을 건너가지 마오

아 님아 내 님아 그예 물을 건너시네

- 이상은 Leetzsche, ‘공무도하가’     


재생과 창조의 ‘물’

1988년 제9회 강변가요제의 신데렐라 이상은은 ‘담다디’ 하나로 전국구 스타가 되었다. 독특한 패션과 어깨를 들썩이는 독특한 롱다리의 담다디 춤으로 가요제를 자신의 런웨이 무대로 만들어 버렸다. 그녀는 1990년 가을, 인기 절정일 때 돌연 유학을 떠났다. 일본과 미국에서 리채(Lee Tzsche)란 이름으로 활동하다 당시 돈 500만 원으로 일본에서 녹음한 고대가요 ‘공무도하가’를 갖고 귀국했다.  

    

그녀는 4자로 구성된 한자어 ‘공무도하가’를 현대적 감각으로 부활시켰다. 하지만 대중성이라곤 손톱만큼도 없다느니, 노래를 듣고 나면 멘붕이요 패닉 그 자체니 하면서 언론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수업 시간에 이걸 들려주면 아이들은 엄청 좋아했다. 계속 들으면 묘한 중독이 있기 때문이다.      

공무도하아~~ 공경도하아~~ 타하이사아~~ 당내공하아~~     


‘물’을 건너 도일(渡日)한 후 다시 ‘물’을 건너 귀국한 이상은이다. ‘공무도하가’에 나오는 ‘물’의 이미지처럼 이상은은 새로운 존재로 변신 또는 변화하여 재생과 창조의 뉴페이스로 탄생한 것이다. 더 이상 과거 잘 나가던 ‘담다디’의 이상은이 아닌 것이다.    

  

이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이 노래는 동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의지와 세계화를 추구하는 노력을 앨범 가득 담아내었다고 한다. 대단한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그녀가 ‘공무도하가’를 작곡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문학수업 당시 국어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아름다운 고조선의 노래를 한번 되살려 보자는 마음에서였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아, 제2, 제3의 이상은이 계속 나타나서 우리의 고전 시가를 많이 작곡해줬으면 하는 게 전국의 모든 국어교사의 바람이리라. 포에버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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