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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Sep 28. 2022

가시리와 청산별곡 vs 이명우의 가시리

[고전문학-with 케이팝] 가시리와 청산별곡, 명품 가시리로 재탄생하다

고전문학과 케이팝!

고전문학에서 고려 가요는 오늘날의 대중가요와 맥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고려 가요가 당시에 유행한 노래이듯이, 케이팝 역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의 유행을 주도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가시리 가시리잇고 나난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대)   

   

날러는 엇디 살라 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대)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선하면 아니 올셰라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대)  

    

셜온 님 보내옵노니 나난 

가시난 닷 도셔 오쇼셔 나난

위 증즐가 大平盛代(대평성대) 

- 작자 미상, 고려가요 ‘가시리’    

  

살어리 살어리랏다 靑山(청산)애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靑山(청산)애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 작자 미상, 고려가요 ‘청산별곡’ 1연    

  

고려 가요, 고려의 대중가요

당대 대중들이 즐겨 불렀을 것으로 추측되는 고려가요 ‘가시리’와 ‘청산별곡’이다. 

우선 ‘가시리’는 이별의 정한을 노래하고 있다. 떠나는 임에 대한 원망과 안타까움을 드러내지만, 애이불비(哀而不悲), 즉 슬프지만 결코 슬퍼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이 곧 돌아오기를 소망하고 있다.   

  

다음 ‘청산별곡’은, 시적 화자에 대해서 유랑민이다, 실연한 사람이다, 좌절한 지식인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대체로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도는 유랑민들의 고통과 비애를 노래한 것으로 본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있다. 그래서 누구나 알고 있다. 고전문학이라 대책 없이 지루한 시간.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명우의 ‘가시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시리 가시리야~ 음~ 

가시리 가시리잇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날러는 엇디 살라하고 바리고 가시리잇고 

얄리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잡사와 두어리마나난 션하면 아니올셰라 

셜온님 보내옵나니 가시난닷 도셔오셔서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랴셩 

청산별곡이야~ 아~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 얄라셩 

얄리얄리얄리 얄라리 얄리얄리 얄라셩 

- 이명우, ‘가시리’    

 

누가 들어도 명랑 쾌활한 이 기분은 바로 이명우의 독특한 옹알이 창법이기에 가능하다. 물론 청산별곡의 후렴구가 흥겹고 입에 착착 달라붙는 우리말의 울림소리 ‘ㄹ’과 ‘ㅇ’으로 만들어졌으니 더더욱 그러한 느낌이리라.      


MBC 주최 제1회 대학가요제의 인기

당시 MBC 방송국 주최 대학가요제는 대학생만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노래 좀 한다는 전국의 대학생들은 이 가요제에 나가는 게 최고의 꿈이요 희망인지라, 가요제 출전을 위해 일부러 대학에 입학하기도 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가요제이다. 요즘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러 방송사에서 남발 제작하여 순위 조작이란 사회적 문제도 일으키곤 하지만, 당시에는 이 가요제가 전무후무하였으니 얼마나 많은 가수 지망생들이 애를 태웠을까?      


1977년! 

우리나라 경제가 한창 잘 나가던 시절이다. 그러나 가요계는 대파초 파동으로 당대 톱가수들이 일거에 강제 퇴출되어 그야말로 진공상태가 되어버렸다.      

‘대학생활의 낭만과 취미활동의 무대를 제공하고, 건전가요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등장한 게 바로 제1회 MBC 대학가요제이다. 모대학 재학생이던 이명우는 고려가요 ‘가시리’를 이스라엘 민요에 곡을 붙여 이 가요제에서 당당히 은상을 수상하였다.

      

1 + 1의 완벽한 합체, 이명우의 가시리

그때까지만 해도 학교 수업 시간에만 접했던 서러운 고려가요 ‘가시리’를 흥겨운 대중가요 ‘가시리’로 작곡하여 대중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가시리’의 후렴구는 ‘위 증즐가 대평성대’인데, 이 노래에서는 또 다른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후렴구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가 뜬금없이 나타난다. 학교에서 배운 ‘가시리’와 ‘청산별곡’을 학생들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일부 사람들이 지적질하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래가 워낙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띠고 있어 애창하기 시작했으니, 원플러스 원의 싸구려 행사상품의 이미지가 아닌 명품 완전체의 위대한 공을 이명우에게 돌려도 될 듯하다. 


<사진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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