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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Oct 17. 2022

관동별곡 vs 클래식 음악(2)

[고전문학-with 클래식] 관동별곡에서 들려오는 ‘달빛’

고전문학과 클래식!

고전문학 관동별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그 두 번째 음악을 들어보겠습니다. 바로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의 음악입니다.


둉용(從容)한댜 이 긔샹(氣像) 

활원(闊遠)한댜 뎌 경계(境界), 

이도곤 가잔 데 또 어듸 잇닷 말고. 

홍장(紅粧) 고사(古事)를 헌사타 하리로다.

- 정철, ‘관동별곡’     

조용하구나 이 경포의 기상이여, 넓고 아득하구나 저 동해의 경계여,

이곳보다 아름다운 경치를 갖춘 곳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홍장 고사’가 이 조용한 경포호수에서는 오히려 야단스럽다 할 정도이로다.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러브스토리엔 드뷔시의 ‘달빛’이

그런데 말입니다~~ 

경포호수의 홍장의 러브스토리를 떠올려보면 차라리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의 하나인 ‘달빛(Clair de Lune)’이 더 어울리리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이런 러브스토리에는 드뷔시의 ‘달빛’이 딱이다. 그는 여성 편력의 로맨티시스트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분위기의 음악으로서는 이 ‘달빛’이 최고이다.      


언젠가 ‘그린 파파야 향기’라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주인공 무이가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움직이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그 ‘달빛’의 음악이 참 인상적이었다. 인상파의 대가답게 풀벌레나 초록빛 식물 등의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홍장 고사를 설명할 땐 필히 배경음악으로 이 '달빛'을 틀어놓고 이바구를 한다.    

 

홍장은 말이야, 

고려말, 시문과 기예가 뛰어나고 자태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강릉 명기(名妓)이거든. 

강원도 안찰사(按察使)로 강릉에 머물던 박신(朴信)이란 사나이와 달빛 어린 경포호반에서 시문을 겨루던 홍장은 자연스레 서로 사모하는 사이가 되었지.      

어느 날이었어. 

날이 좋았어. 아니 날이 좋지 않았어. 날이 적당했어. 아니 날이 적당하지 않았어~~

박신이 내직의 명을 받아 개경(開京)으로 가게 되자, 홍장과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다시 강릉에 왔어. 

그때 박신과 막역한 친구인 강릉부사 조운흘(趙云仡)이 박신을 놀려주려고 “홍장이 그대를 애타게 그리다가 죽었노라.”

하고 거짓말을 했지.      

깜놀! 충격을 받은 박신이 그만 앓아누웠지 쯧쯧!

병 주고 나니 약도 줘야 하잖아.

조운흘이 두 사람의 재회를 위해 기상천외(奇想天外)한 일을 꾸몄는데,,,,,,,,,,,,     

경포호반에 잔칫상을 차려놓고 박신을 불렀어. 얼마 후 달이 떠오르자 몰래 마련한 화선(花船)에 홍장을 태우고 늙은 사공을 신선처럼 꾸며 멀리서 노를 저어 오게 하였어. 그러고는 얼빠진 사람처럼 앉아있는 박신에게 말했어. 

“예로부터 말이야, 경포호수에는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온다는 말이 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오늘 밤 그대가 꿈에도 못 잊는 이를 만나게 될지 누가 아냐?ʼ 

하고 멀리서 다가오는 배를 가리켰어. 

박신이 눈을 닦고 바라보다가 벌떡 일어나 비호(飛虎)같이 달려가자, 잔칫상에 모인 사람들이 한꺼번에 일어서 박수갈채로 환호했지. 달빛 교교(皎皎)한 경포 호숫가의 극적 만남 뒤의 얘기는 전해지지 않지만 그들의 이별 또한 필연 아니었겠어?    

  

박신과 다하지 못한 열애를 읊은 홍장의 시조 한 수가 김수장이 편찬한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전해온다오. 그리움과 원망의 대상을 시대적 배경인 왕손으로 표기하여 그 익명성(匿名性)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기에 이걸 읽는 내 마음이 짠하다.  

   

한송정(寒松亭) 차은 밤에 경포대 물결 잔 제

유신(有信)한 백구는 오락가락하건마는

엇더타 우리 왕손은 가고 아니 오는고. 

    

아! 안타까워서 애틋하고, 아름다워서 아쉽다. 사랑놀이에 취해 몽롱한 분위기를 느끼기엔 역시 ‘월광 소나타’보다는 ‘달빛’이 제격이다. 

     

그 옛날 유년 시절에 자주 들었던 MBC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전설 따라 삼천리’ 시그널 곡인 〈조각배 (En Bateau)〉를 작곡해서 그런지 더더욱 이 프랑스 인상파 음악가한테 마음이 간다.    

  

강원도 지방의 어르신들이 그를 보러 방송국에 견학 왔다가 30대의 젊은 그가 나타나자 실제의 유기현 씨를 데려오라고 난리를 쳤다는 일화가 있었다는데, 나도 그가 70대 할아버진 줄 알았다.     

그러고 보니 성우 유기현 씨의 구수한 목소리가 오늘 밤 그리워진다. 

“전~설~따라~ 삼~천~리~ 오늘은 강릉 기생 홍장의 사랑 이야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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