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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중진미 Oct 17. 2022

관동별곡 vs 클래식 음악(3)

[고전문학-with 클래식]관동별곡에서 들려오는 ‘위풍당당 행진곡’

고전문학과 클래식!

고전문학 관동별곡에서 클래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영국의 작곡가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입니다.


산듕(山中)을 매양 보랴 동해(東海)로 가쟈스라. 

남여완보(籃輿緩步)하야 산영누(山映樓)의 올나하니, 

녕농(玲瓏) 벽계(碧溪)와 수셩(數聲) 뎨됴(啼鳥)는 

니별(離別)을 원(怨)하난 듯, 

졍긔(旌旗)를 떨티니 오색(五色)이 넘노난 듯, 

고각(鼓角)을 섯부니 해운(海雲)이 다 것난 듯. 

명사(鳴沙)길 니근 말이 취션(醉仙)을 빗기 시러, 

바다를 곁에 두고 해당화(海棠花)로 드러가니, 

백구(白鷗)야 나디 마라 네 버딘 줄 엇디 아난.

- 정철, '관동별곡'에서     

만날 금강산의 산봉우리만 구경할 수 없고, 또 맨날 산등성이만 탈 수도 없지 않은가. 

이제는 외금강(동해의 관동팔경)을 구경하자꾸나. 관찰사 전용 무개차를 타고 폼을 잡으며 

산영루 정자에 오르니, 주변을 흐르는 영롱하고 푸른 시냇물과 아름다운 새들이 나와 이별하기 싫다고 난리 블루스를 치고 있다는 거지.  

    

그다음이 우리가 주목할 부분!   

  

졍긔(旌旗)를 떨티니 오색(五色)이 넘노난 듯, 

고각(鼓角)을 섯부니 해운(海雲)이 다 것난 듯. 

(깃발을 휘날리니 갖가지 색이 넘실거리는 듯,

북과 나발을 섞어 부니 바다의 구름이 다 걷히는 듯.)    

 

자, 여기엔 대구 표현이 나타나고 시각과 청각의 감각적 표현이 보이네. 

아이들은 메모하기 바쁘다. 아니, 아니, 정철 선생이 쓴, 이 생기발랄한 구절들의 참맛을 좀 느끼라고요. 카, 정말 참신 그 자체 아냐?     


아울러, 

송강 정철 선생한테 고마움을 표시하고 넘어가자. 

이 구절이 바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상상하기에 딱 알맞은 부분이니까. 

가을 축제 때마다 공연하는 우리 학교 챔버 오케스트라의 단골 프로그램 중 하나이기에 

아이들도 귀에 익숙한 그 음악. 그럼 고막을 호강시켜 줄게. 잠시 필기도구는 스톱! 빰빰 빠~~     


위풍당당한 조선 관찰사의 순력행차

관찰사의 행차를 알리는 깃발을 휘날리니 오색 기폭이 서로 넘나드는 듯하고, 삼현 육각의 음악과 함께 북과 피리를 뒤섞어 부니 관찰사의 위세에 놀라 동해 바다의 구름이 모두 걷히는 듯하다 했으니 관찰사의 행렬이 얼마나 대단한가?      


더욱이 각 고을 백성들의 고충과 수령들의 실상을 살펴 올바른 정치를 하기 위한 관찰사 순력 행차라면 그야말로 동해 하늘가의 구름이 놀라만 했을 듯한데 이 장면에 딱 어울리는 클래식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다.    

  

조선의 삼현육각 vs 영국의 금관악기 

이 곡은 영국 왕실로부터 에드워드 7세의 대관식에 사용할 음악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에드워드 엘가가 작곡한 음악이다. 웅장하고 힘찬 분위기를 조성하는 음악이다 보니, 그 후 졸업식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식 등 각종 공식적인 의식에서 많이 연주되는 클래식으로 유명하다.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BBC Proms는 언제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으로 시작을 한다고 하는데, 영국 국민들이 그들의 국기를 흔들며 ‘희망과 영광의 나라’를 합창하는 걸 보면 참말로 부럽~부럽~. 음악이 국민을 하나로 묶어버렸으니 부러울 수밖에 더 있는가? 정녕 우리는 그런 음악이 없는가?     


자~자~ 부러워하면 지는 것, 지는 것~ 

진도 나갑니다. 

분위기 수습하기 쉽지 않다. 곧 있을 가을 축제, 연화제 준비 이야기며, 동아리 자랑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그래, 학창 시절에 축제가 빠지면 속된 표현으로 팥소(앙코あんこ) 없는 찐빵이지. 실컷 이야기해라. 축제, 축제, 또 축제. 그때가 바로 인생의 화양연화이다. 그게 다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팥소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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