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용인 모현읍이다. 행정구역상 지번이 ‘동림리 115번지’. 도로명으로는 ‘왕림로 50번 길 69-43’이다. 카페 이름이 왜 ‘moon115’일까 궁금했는데 여기에 힌트가 있었네. 숫자 ‘115’는 알겠는데, 왜 하필 ‘moon’으로 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이 날개를 편다.
옛날 전설이 있다. 동쪽 바다 깊은 곳에 상상의 나무가 있다. 얼마나 큰지 가지가지에 해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 날마다 그 나무에서 아침이면 해 하나가 바다 위로 올라 세상을 비추다가 저녁이 되면 서쪽 바다에 진다. 당연히 해 나무 옆에 달 나무가 있다. 달 역시 해처럼 일과가 같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동쪽 바다 해 뜨는 곳의 이름을 ‘부상(扶桑)’이라 하고, 서쪽 바다 해 지는 곳의 이름을 ‘함지(咸池)’라 불렀다.
그렇담 동림리의 동(東)은 바로 달이 뜨는 곳이라 ‘문 moon’을 떠올렸겠지. 봐, 조사하면 다 나와.
달빛 아래에선 모두가 푸르다.
푸르디푸른 달빛 아래에서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의 영화가 있었지. ‘문라이트’였던가? 갑자기 생뚱맞게 그 영화가 왜 떠올랐지. 역시 상호명 ‘moon115’ 때문이다.
달빛 아래에선 무엇보다도 드뷔시의 ‘달빛’이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도 제격이리라. 내 친구 하나는 음반을 들고 다니다 달빛 교교한 곳을 만나면 단박에 음악을 듣곤 하는데, 그놈 여기 오면 영락없이 월광이나 달빛을 틀겠다.
때마침 밤에는 와인바 영업을 한다고 하니, 보름날 맞춰 한번 동행해야겠다.
'햇빛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褪於日光則爲歷史 퇴어일광즉위역사 染於月色則爲神話 염어월색즉위신화(이병주, 산하)
신화, 전설, 설화, 낭만, 센티멘탈, 로맨티시스트......
모든 게 햇빛보다 달빛에 어울린다. 햇빛이 지적이고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라면, 달빛은 정적이고 이상적이며 낭만적인 정서로 와닿는 기분이다.
카페 moon115
그러고 보면 주인의 작명 감각이 프로페셔널 냄새가 난다. 센스작렬이다. ‘sun115’보다 ‘moon115’가 어찌 이리 잘 어울릴까?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는 마치 휴양지에나 온 것처럼 기분이 들뜬다. 나도 그렇다. 저기 야외의 풍경도 사람을 들이쑤신다. 야산에 물든 단풍 경치는 그냥 그림 그 자체이다. 그래서 이곳에 오면 휴양지 산책하듯, 한 손에 커피 들고 사부작사부작 주변을 걷는 게 좋다. 그리하여 가을 풍광 속으로 들어가자. 그리고 비발디의 ‘가을’이나 차이콥스키의 ‘10월’을 들으며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에 한번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