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만 안경

2025와 2026 사이

by 완자

25년 한 해.

다른 해와 달랐던 한 가지를 꼽아본다면

일 년 사이 안경을 두 개, 내 손으로 부쉈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스스로 넘어져 얼굴을 아스팔트에 갈아주기 3초 전 안경이 몸을 던져 내 보잘것없는 얼굴을 구해주었다.

두 번째는 또 역시 스스로 넘어지며 ‘호랑나비’가 놀랠 각도로 몸을 꺾던 찰나 안경이 또 한 번 몸을 던져 맨바닥에 내던져질 나를 지탱해 주었다.


'와그작'

그 소리는 무척 경건하면서도 슬픔이 배어있었고 또한 이 소리는 노안의 서막을 알리는 강력한 경고음이기도 했다.


1차 전도 후 촘촘히도 긁힌 안경알과 둔각을 넘어선 안경다리를 들고 안경점을 찾았는데 예상외로 안경다리의 각도는 손쉽게 제자리로 돌아왔고 반짝반짝한 새 안경알까지 끼워 넣을 수 있었다.

그러나, 2차 꼬꾸라짐 후 또 한 번 만신창이가 된 안경을 들고 안경점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얼핏 멀쩡해 보이는 저 사람은 왜 매번 안경을 부숴오는가.라는 생각을 할까 싶어 지레 겁을 먹은 나는 부서진 안경을 꽁꽁 숨긴 채 집에서 쓸 요령으로 맞춰두었던 2군 안경을 꺼내 본의 아니게 1군으로 슬쩍 승격시켰다.


넘어짐은 순간이었지만 여운은 무척 길게 남았다.


내가 어렸을 때 넘어지는 어른을 주변에서 보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렇게 쓰고 보니 지금 현재도 넘어지는 어른을 보는 일은 흔치 않다.

그렇다.

난 흔하지 않은 어른이 되었다.

다소 울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울고 싶을 뿐이죠.'


세상은 내가 느끼는 단차보다 훨씬 큰 단차로 존재하고 있었다. 따라서 나의 보폭과 세상의 단차가 맞물리지 않아 꼭 헛발질을 하고 쓰러지게 되는 것이었다. 나의 매직아이 같은 눈의 상태는 때때로 세상을 굴절된 모습으로 보게 하곤 한다. ('매직아이'가아직 사어가 아니길 바라며) 물리적인 굴절말고도 심리적인 굴절도 함께 가진 나는 2026년은 '이제 그만 씩씩한 어른으로 다시 태어나는 해'로 정해보았다. 즉, 다초점렌즈를 손에 넣어 여러모로 '푱푱한' 세상을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이다. 나의 1군 까만 '테'안경으로 말이다.


+ 2026년 건강, 평안 그리고 현금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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