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떠나가도

월요병과 숙취 사이

by 완자

아이가 겨울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대안교육기관)에서는 봄, 가을, 겨울에 연 3회 여행을 간다. 학년 별로 떠나는 봄, 가을 여행과는 달리 겨울여행은 전 학년이 같이 떠나는 여행이다. 초1부터 중3까지 모두 함께. 전교생이 60명 남짓이니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아이가 여행을 가면 잠시 잠깐이지만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생긴다. 아이 일정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학부모들도 있고 모처럼 아이의 스케줄을 신경 쓰지 않고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아이의 하교 시간을 신경 쓰지 않은 삶이란 일상에 꽤 많은 여유로움을 안겨준다. 물론 평소에도 한 번씩 저녁까지 외출하는 일도 있지만, 아이가 집에 있는 상황은 밖에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학교에서 아이 여행 일정이 나오면 나 역시 그 날짜에 맞춰 열심히 하루하루 일정을 채운다. (아주 꽉꽉 채운다.) 하루는 치과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대기의 소용돌이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대기'만으로 한 시간을 훌쩍 뛰어넘었지만 어쩐지 다른 때와는 달리 잔잔한 화가 일지 않았다. 하교시간에 맞춰 집에 돌아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이렇게 잔잔할 수 있는 것인가 싶었다. 또 다른 하루는 친구와 느지막한 오후에 만나 새로운 동네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1만 4천보를 걷고 디저트를 손에 들고 깜깜한 밤하늘을 등 뒤로 귀가했다. 오랜만에 본 별들이 반짝이는 하늘은 왠지 낯설지만 계속 보고 있고만 싶었다.


아이는 월요병이 없다.

부럽다.

숙취를 모르는 사람만큼

정말 부럽다.


실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반학교를 뒤로 하고 굳이 ‘학교 밖 청소년’이 되어버린 내 아이의 미래가 아니 현재가 어떤지 모르겠다. 아직 뚜렷한 목표가 없는 아이인지라 부모 시선에서는 그냥 허송세월하는 것인가 싶은 순간순간들이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아이를 들볶는다 한들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지만 가슴속 깊은 곳에서 천불이 올라왔다 내려왔다를 반복하면서 결국 몇 마디 내뱉고는 서로 픽 토라진다. 그렇다고 해도 학원숙제하라고 들볶던 시절에 비하면 우아한 싸움이다.


곧 아이가 돌아온다.

나 역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매일 똑같은 잔소리 공격과 사춘기 방패로 투닥거리는 하루가, 아이의 귀가시간이면 불쑥 화가 나기도 하는 그런 하루가. 아쉽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심되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오늘만큼은 전리품으로 사 온 아이가 좋아하는 에그타르트를 내주며 사이좋게 지내야겠다. 4일간의 마음의 평화가 내 안에 깊이 깃들어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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