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에 피스

사탕과 평화사이

by 완자

응급실에서의 조치 때문인지 내 귓속의 돌은 제자리를 찾아갔다.라고 믿고 싶다.


제자리에 못 돌아간 채 남겨진 것은 나의 정신상태랄까. 3일 후 신경과를 찾았다. 신경과의 검사는 피를 뽑는 비교적 간단한 것부터 비디오 두부충동검사, 평형기능검사, 전정유발근전위검사, 뇌유발전위검사, 자율신경계이상검사 등등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도 없는 검사들을 차례차례 받았다. 누운 채로 고개를 45도 정도 틀어 올려 버티며 목근육을 쓰거나 이마를 (느낌 상) 작은 망치로 연타로 가격 당하거나 누운 채로 하체를 고정한 후 침대채로 기립시켜 일정 시간마다 맥박과 혈압을 재는 '하드'라는 단어를 넘어선 검사들이었다.


결과적으로 나온 병명은 '기립성빈맥증후군'. 발음하기도 힘든 병명이다. 받아쓰기로 나오면 86프로는 틀릴 단어라고 생각된다. 말 그대로 일어서면 맥박이 빈번히 뛴다는 이야기, 즉 빨리 뛴다는 이야기였다.


흠. 딱 들어맞는 병명 같지는 않지만 실제로 수치가 그렇게 나왔으므로 내 안에 있는 의사가 나대지 않도록 가둬본다. 인간이란(나란) 참으로 단순하여 며칠사이 병명을 이것저것 갖다 붙여주자 정말 힘이 쪽 빠지고 마치 늘 아팠던 사람인 양 계속 어지러운 것 같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병명을 업고 지낸 며칠 후 이번에는 콧물과 기침이 찾아오셨다. 초반에 잡겠다며 이비인후과로 달려가 수액을 두 시간 맞았지만 시원치 않은 상태다.


이쯤 되니 삶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된다. 갑작스러운 계절변화라고는 해도 이렇게도 맥없이 온몸으로 휘둘려 내쳐진 종잇장 같은 몸에 대하여. 40대까지 만든 근육으로 노후를 산다는데 나는 근육이라는 것을 1미리도 만들어두지 않은 이 무서운 느낌. 그렇다면 나의 노후는 이런 병원과 저런 병원의 왕복으로 점철된다는 것인가.


두렵기 짝이 없다.


인간이란(나란) 단순한 존재로 다시는 그런 고통을 받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자 꼬박꼬박 삼시세끼 밥까지 챙겨 먹으며 열심히 약을 먹고 있다. 알약 5개가 모두 새하얀 색이라는 것이 어쩐지 약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또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 안의 약사님을 급하게 밀어낸다.


몸상태가 시원치 않으니 매일 밤 팔베개하며 자는 막냉이 칫치가 눈에 밟힌다. 오늘은 꽤나 몸이 힘들어 팔베개하고 같이 자기 좀 그런데 하는 생각이 들던 중, 어쩜 김칫치님, 귀신처럼 서재에 가서 혼자 잘 준비를 한다. 역시 우리 막내는 효묘라며 꽉 막힌 코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며 생각했다. 그런 생각도 잠시 기침을 한번 했더니 김칫치가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효묘도 무엇도 아니었다. 그저 쫄보였을뿐.


내 귀에 캔디 꿀처럼 달콤해 니 목소리로 부드럽게 날 녹여줘

는 됐고, 내 귀에 피스

캔디보다 달콤한 피스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두 손 모아 건강과 평화를 빌어본다.


+ 달콤'해 니' 목소리로, 이 부분을 오랜 기간 달콤'했니' 목소리로 들렸었는데 가사 보고 너무 놀랐다는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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