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와 디스코팡팡 사이
택배란 참으로 아름다운 것.
비록 내 돈을 지불했을지언정 손에 들어오면 또 다른 즐거움이 펼쳐진다.
언박싱
그 눈부신 동작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작은 행사가 있었다. 하루 종일 거의 서있다 보니 기운이 쭉 빠졌다. 이 거지 같은 체력. (이 거지 같은 사랑의 체력 버전) 그동안 먹은 차고 넘치는 탄수화물은 왜 체력에 집중되지 못하는가. 잠시 원망하며 집으로 향했다.
먼저 도착한 아들놈은 택배상자들을 보는 둥 마는 둥 몸만 쏙 들어가 버렸다. 마음속으로 '저녁식사로 만들어 줄 닭가슴살이구만, 고약한 놈. 두고 보자.' 이를 갈며 택배상자들을 집안으로 슥슥 밀어 넣었다. 쌓인 박스의 테이핑 부분을 딱 잡고 택배전용 아크릴 칼로 사-악 工자를 긋는다. 박스의 홈과 칼집이 일치할 때의 작은 희열. 이 쓸데없는 기술을 어디에 실현시키면 좋을까 살짝 생각해 본 후 박스를 열고 내용물을 하나씩 꺼낸다. 박스에 붙은 주소 스티커를 떼고 현란한 솜씨로 스티커를 갈기갈기 찢어준다. 마지막으로 박스를 분해하고 켜켜이 쌓는다. 몇 번을 반복하니 갑자기 머리가 핑-돌더니 어지러움이 나를 덮쳤다.
예고 없는 어지러움이 나를 때려눕힐 기세로 휘감았다. 겨우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에 누웠건만 머리가 팽팽 돈다. 정말로 '팽팽'돈다.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경험한 그 어떤 어트랙션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최고 속력과 최대 회전력으로 미친 듯이 나를 돌리기 시작한다.
"저 좀 내려주세요!"
어지러움은 속 울렁임을 동반하더니 머리와 가슴언저리에 찰싹 붙어서는 눈을 뜨지도 감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두통약과 소화제를 털어 넣고 눈을 꿈뻑였다 감았다 다시 꿈뻑였다를 3시간. 그다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깜깜 밤중에 응급실로 내달렸다. 차 안에서는 좋아하는 라디오 소리의 진동마저 어지럽게 느껴져 정적 속에서 이동해야 했다. 도착한 대학병원의 응급실은 아직 전공의들이 다 돌아오지 않아 대기시간을 말해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다른 병원의 응급실을 안내받았다. 사실 그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으므로 처음 들어보는 병원으로 다시 향했다. 다행히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검사들을 마치고 투명색과 노란색 약물을 대롱대롱 달고 한 시간 좀 넘게 누워있었을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울렁임이 가라앉았다.
'이석증'으로 보인다는 의사의 말과 외래 진료를 권유받았다. 병명이 있다는 건 그래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으니 다소 안심했다. 얼마 전 장염의 교훈을 되살려 보란 듯이(누구에게?) 3일간 약을 열심히 챙겨 먹었다. 아직 외래진료가 남아있지만 왠지 나은 듯한 이 기분. 남들에 비해 건강염려증이 크다는 점과 내 안의 의사와 약사를 동반하고 있다는 상반된 나의 에고는 과연 나를 외래진료실로 이끌 것인가.
투비컨티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