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획과 안심 사이
우리 집 고양이는 종종 화장실 부근에서 야옹야옹 울곤 한다.
또는 아기의 잠투정처럼 내 주변에서 한참을 야옹야옹을 한 후 잠을 자러 이불속으로 들어가곤 한다.
이런 날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니 용변도 규칙적으로 잘 보고 용변 형태도 전혀 나쁘지 않음에도 '혹시?'라는 끝없는 의심과 걱정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우리 집 막내 분이 전혀 이동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데에 있다. '포획'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야만 가방 안에 넣어 병원으로 이동할 수가 있다.
그렇다보니 의심과 걱정하는 마음에 기반한 병원행이라는 결론은 그 앞에 '포획'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만 해결된다. 포획은 맨 손으로 해결할 수 없다. 말 그대로 피를 볼 수 있기에. 평소에는 손톱 한번 드러내지 않지만 포획은 그에게 있어서 생존을 위협하는 경우이므로 한껏 손톱을 내밀고 잡히는 모든 것을 힘껏 긁어 내릴 수 있다. 원시적인 방법이나 얇은 이불을 최대한 가까이 가져가 신속히 몸을 감싼 후 재빨리 이동 가방 안으로 밀어 넣어야 한다. 이론은 그렇다.
즉, 실패했다.
자신감을 보였던 남편은 포획 실패 후 막내의 분노의 울음과 원망스러운 눈빛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기분이 상한 막내는 하루 종일 자신의 아지트에서 웅크린 채로 때때로 큰 울음소리로 화를 표출했다. 그렇게 여러 날을 보낸 후 도저히 지나치기 어려운 울음소리로 또 한 번 나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번엔 무조건 병원에 가야만 한다는 모종의 비장함이 마음에서 올라왔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아넣어서 간다. 반드시. 오늘.
우는 막내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말을 걸으며 평소처럼 팔로 안아 올렸다. 평소 같으면 이동 가방 가까이에 가면 용수철 튀어 오르듯 빠져나가는 아이가 웬일인지 순순히 아직도 팔 안에서 방심한 상태다. 절대 놓칠 수 없다. 이런 굴러들어 온 행운.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리고 빛의 속도로 가방 안으로 막내의 엉덩이를 훅 밀어 넣고 가방 문을 잠갔다. 오늘 이게 되네?
포획 성공. 가방 안에서는 이게 무슨 짓이냐, 당신이 나에게 이럴 수 있냐. 우리가 그런 사이냐.라고 해석되는 낮은 울음이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가방 안의 막내와 연신 눈을 맞추며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늘은 꼭 병원에 가야 함을 조근조근 설명해 보면서. 병원 도착 후 생전 처음 받아보는 여러 가지 검사로 배 부분의 털이 다 깎인 채 긴장(원망) 가득한 큰 눈망울을 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
결과는 다행히도 매우 건강. 다양한 장난감을 사용해 놀이시간을 한번 늘려보는 것을 추천받았다. 새로운 장난감을 몇 가지 주문하고 아침에도 놀이시간을 만들었다. 기분 탓인지 울음이 덜해진 것도 같아 오늘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막내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본다.
우리 건강하자. 예쁜 꽃도 보고 하얀 눈도 보고 엄마랑 아빠랑 형아랑 오래오래 같이 살아살자.
그리고 3일 지났는데도 나에게 가끔 보내는 원망가득한 너의 눈빛.
살아감 속에 아픔들은
우리의 만남에
그만큼의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 믿고서
이제 그만 화 풀어요.
(feat. 솔리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