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무꼰 (a.k.a. 모든 것이 무서운 꼰대)

걷다와 쉬다 사이

by 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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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블루 화이트비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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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무지게 멤버십 번호까지 입력 완료다.


내 인생에 있어서 절대로 시킬 것 같지 않은 메뉴.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오늘따라 한 번쯤 먹어볼까 싶어 클릭 버튼을 눌렀다.

단 것이 당기는 것을 보면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신호인가?

마치 꽤나 드문 일인 양 써보았다.


어라, 쌉싸르름하고 달달한 게 맛있네?


맞은편에는 젊은 커플 2명이 4인용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참으로 사이가 좋구나 생각했는데 곧바로 애정행각을 시전하셨다. 무심코 시야에 들어온 그들의 움직임은 꽤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그러다 갑자기 나의 염력이 닿은 것인지 커플 중 여자가 훌쩍 일어나서는 가게 밖으로 나간다.


어라, 교복이네?

아니, 자네. 치마가 짧아도 너무 짧지 않은가. 살짝만 까치발을 한다면 속옷이 다 보이겠다고.

계단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생각해 보니 보여도 되는 속바지를 입었겠다 싶다)

잠시 후 짧은 치마의 그녀가 다시 들어온다. 짙은 담배 냄새와 함께.

혼자서 머릿속에 생각이 뱅글뱅글 맴돈다.


미술학원에서 상상화라며 그리던 그림의 풍경이 속력을 올리며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주행하는 자동차, 하늘을 훨훨 나는 자동차, 손바닥만 한 휴대폰, 휴대폰 세상의 또 다른 세상, 집안일을 돕는 로봇, 하지만 인간을 돕는 데만 그치지 않을 로봇, 이생에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던 미래 세계가 활짝 열리기 시작했다.


세상은 내달려 가고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따라갔다. 그마저도 지금은 걷다 쉬다를 반복하고 있다. 세상의 속도와 나의 속도는 진작부터 엇박자였다. 멀리서 저 앞에 달려 나가는 세월을 쳐다보고 있자니 이런저런 감상이 쌓인다.


카페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커플도, 교복을 입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도, 하나 겨우 습득하니 또 다시 나타나는 새로운 시스템들도 다 무섭다.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기만 하고 학생들은 자유로우며 AI는 점점 똑똑해지고 있다.


당을 한껏 채워준 콜드블루 화이트비엔나를 조용히 들여다본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기지 않겠다고 알 수 없는 다짐을 한다. 큰 소리 따위 아랑곳하지 않고 후르르릅 빨대로 쭉쭉 빨아들인다.

이렇게 오늘도 나는 꼰대에 한 발짝 성큼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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