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와 가무 사이
그러니까 나한테는 아무도 어쩌고 저쩌고 없다고.
어쩌고 출신이고 저쩌고 사투리가 어쩌고 저쩌고
어쩌고 저쩌고 집에 가고 싶다 어쩌고 저쩌고
듣기는 그럭저럭 되는 수준이지만 도저히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는 일본어를 구사하던 시절. 일본에서 첫 반 모임이 있을 때의 일이다. 아는 친구도 물론 한 명 없고 어찌 된 일인지 몇몇 보이던 유학생도 누구 하나 참가하지 않았다. 앞에 놓인 맥주잔을 바라보며 맞은 편에 앉은 친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저 친구가 지금 하는 말이 분명 일본어 같기는 한데. 들리다 말다 들리다 말다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아듣다가 못 알아듣다가 하면서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그 옆의 친구.
에이, 그건 아니지 않아?
? 뭐가?
친구야, 난 지금 너희의 대화의 절반도 못 알아들었어. 세상에 질문이라니.
가만히 있기도 민망해서 대략적인 흐름 상 아닌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며
그건 아니지.라고 보태보았다.
그 보라며 옆에 친구의 어깨를 툭툭 친다.
대략 정답을 이야기한 것 같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렇게 긴장하고 있자니 술을 마시는지 벌을 서는 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어서 집에 가야지하며 가까운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흐릿한 인사를 하고 가게를 빠져나왔다. 졸업할 때까지 나는 그 친구의 사투리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본어여서가 아니라 한국어 사투리였어도 마찬가지였겠지.
귀국 후에 오히려 일본어에 대한 강박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 어차피 못 알아듣는다고 한들 나는 외국인이라며 당당하게 가슴을 편다. (귀국 시 일본에 두고 온 수치심) 그때는 문법을 따지며 발음이 이게 맞나 저게 맞나 머릿속에서 한참을 생각하고 말하느라 본의 아니게 말수가 적어졌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의 술자리가 한 컷 떠올랐다. 매일 같이 동아리방에서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르던 어느 날. 그날따라 왜 때문인지 동기만 모인 기념이라며 파도를 타며 한 사람씩 노래를 불렀다. 독창이라니 지금 생각하면 끔찍하기 짝이 없지만 알코올이란 모두의 광기를 맥스로 끌어주는 신비로운 물체가 아니던가.
내가 부른 노래는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옆 친구의 노래만큼은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오- 디기디 디기디 디기디 디기디
오늘을 기념하려 자릴 마련했어 우리 만난 지 100일째 날
살아오면서 봐온 수많은 선곡 중에 아카펠라로 부를 수 있는 가장 허를 찌르는 선곡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노래 한 곡조를 뽑았으면 조금 나았을까.
에이, 그건 아니지 않아?
그때 그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