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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미녀 Jul 19. 2020

파이어족. 2

돈을 쓰지 않으면 편안하다.

믿는 구석(?)이 있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회사원들이 월급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는 소비를 하듯, 어디선가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제일 먼저 고민한다. 안 써도 되는데 말이다.

돈을 꼭 써야 하는 곳이 자는 곳(집)과 관련된 비용(대출이자, 관리비)과 먹는 것(식비, 외식비)이라면,

안 써도 되는 곳은 입는 것 포함 물건을 사는 것(이미 많이 샀지 않나.)과 여가생활비용(취미, 여행, 교육 등에 쓰는 것) 등이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보험비나 차량 유지비 같은 항목도 있다. 이렇게 돈의 사용처를 나누어보고 있자면 생각보다 지출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허투루 돈이 흘러나가는 지점을 알 수 있다.


흔히들 부자는 돈을 많이 쓴다고 생각한다.


값비싼 옷, 음식, 자동차, 유흥 같은 것들에 말이다. 물론 이런 것에 돈을 많이 쓰는 부자들도 많다. 이런 것들로 제일 눈에 띄는 부자들은 아마도 연예인이거나 재벌 몇 세와 같은 쟁쟁한 사람들이다. 주위에는 금수저 친구들이나 건네 들려오는 돈벼락 부자들(어떤 이유로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아는 ‘진짜 부자들’ 중에는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없다.

‘부모님이 어디 살고 뭐 했고 이름난 누구’라는 금수저 친구들도 두 부류로 나뉜다. 돈을 많이 쓰는 친구나 누가 말하지 않으면 부자인지 전혀 티가 안 날 정도로 검소한 친구.
또 ‘저 사람이 무슨 투자로 갑자기 돈 많이 벌었다’ 던 ‘카더라’ 통신으로 들은 사람들은 아마도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알게 된 사람들이다. (애초에 돈을 많이 안 쓰면 카더라 통신도 그다지 떠돌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로 돈이 많은 내 주위 사람들은 전부 검소하다. 신기할 정도로 1명도 빠짐없이 그렇다.
그분들이 진짜로 돈 많은지 어찌 아냐고 한다면 검증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십 억대 건물주, 아파트와 주식 포함 수십 억대 자산가, 수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사업가,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들 등. 그들을 검증하려면 등기부 등본을 떼어보거나 변호사협회나 병원에서 이름을 검색하거나 공시된 재무제표를 찾아보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그들이 진짜 부자임을 알 수 있다.




진짜 부자인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그들은 허투루 돈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괜히 비싼 음식을 먹으러 다니지 않는다. 괜히 비싼 옷만 사지 않는다. 괜히 비싼 술을 마시지 않고 푼 돈을 아무렇지 않게 쓰지 않는다.

부자들이 돈을 쓰는 기준에는 누군가에게 부자‘처럼’ 보이기 위한 것은 하나도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척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부자니까 말이다.

비싼 스테이크보다 된장찌개를 더 좋아하고 신형 외제차를 타는 대신 오래된 차를 그냥 끌고 다니며 불편하고 뺀질한 옷보다는 편안하고 내 몸에 맞는 옷이면 그만이다.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소주 한 잔이 비싼 바에 가서 마시는 양주나 와인보다 낫다고 한다.
물론 그들이 무조건 비싼 것을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좌석도 타고 수억짜리 외제차도 탈 수 있다. 필요한 자리라면 비싼 옷도 비싼 술자리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돈을 쓰는 이유는 명백히 스스로를 위한 것일 때라는 것이다.
‘내가 그것이 필요해서’이거나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돈을 쓴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고 멋있어 보이는 것들이라도 내가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면 단 1만 원도 꺼내지 않는다.

주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와 관련이 되어 있다. 주로 부자들은 사람들 간의 관계, 체험이나 교육 같은 자기 계발 영역, 자신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곳 같은 데에 돈을 쓴다. 반대로 남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 순간의 즐거움을 위한 것, 감가상각이 많이 되는 것에는 돈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나는 부자는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현금흐름이 더 좋고 거주의 안정도 있는, 말 그대로 남들보다는 ‘조금 더’ 나은 상태지만 이런 부자들의 생활 태도를 깨닫고 실천 중에 있다.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오히려 소비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운 상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돈을 꼭 쓰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아니, 오히려 돈을 쓰지 않아서 더 편안하고 만족스럽다. 그래서 은퇴 후의 생활 역시 별 걱정이 없다. 돈 쓸 일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내가 FIRE족이 되기 위해 고민해야 할 것은, 일을 그만두고 난 후의 돈 걱정이 아니라 일을 그만두고도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나 자신의 행동이나 방향에 대한 것들이다.




절약을 위한 생활태도 몇 가지.

10년 된 오래된 아반떼를 아직 타고 다닌다. 외제차는 사려면 당연히 살 수 있지만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차는 멀쩡히 잘 굴러간다.

10년 전에 샀던 좋은 외투를 아직 입고 다닌다. 당시에 100만 원 넘게 주고 샀던 옷인데 비싼 만큼 아껴서 입어선지 지금도 깨끗하고 멀쩡하다.

평소에 입는 옷은 주로 유니클로나 GU에서 산 옷들이다. 질이 좋기도 하고 깔끔한 디자인이라 질리지도 않는다. 움직임이 편안한 것도 물론이다.

다행스럽게도 나나 남편의 입맛은 별로 까다롭지 않다. 집밥, 도시락, 빵류가 주식. 치킨, 피자, 파스타 같은 외식. 커피는 주로 아메리카노.

가구나 전자제품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산 것들이다. 고장 난 전자제품은 A/S를 받는다. (가끔 중소기업 제품은 수리를 보내면 완전히 새 것으로 돌려줄 때도 있다.) 유일하게 비싼 것은 침대.



혼자서 상상해보는 파이어족 한 달 임시 영수증.

책 구입비 200,000
한 달에 10권. 중고책으로 다시 팔면 30%는 돌려받는다.

커피값 100,000
독서를 하려면 필수. 하루 1잔 X30일.

운동 40,000
아파트 커뮤니티 헬스장이 무료라 잘 이용했건만, 코로나 때문에 안 가고 있다. 온라인 PT 서비스로 홈트 중.

식비 200,000
집에서 먹거나, 지인들 또는 남편하고 먹는 외식비 포함

통신비 50,000
가입 시 6개월 비싼 요금제 썼더니 단말기를 무료로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요금만 내면 된다.

기름값과 주차비 200,000
남편 출퇴근 라이딩, 가끔은 책 읽으러 멀찍이 외곽으로 나가보기 등에 필요하다.

쇼핑 50,000
가끔은 나도 뭘 사겠지. 참고하려고 최근 몇 개월의 쇼핑 리스트를 열어보니 홈트용 도구, 친구 생일 선물 딱 2개다.

그 외 150,000
전화일본어 학습비(지금은 회사에서 지원금이 나오지만 퇴사하게 되면 모두 내가 내겠지.)
지인 선물(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 모임

합계 9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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