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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금태 Jun 20. 2021

잠도 오지 않는 밤에(8)

평화로운 시골마을 박촌과 나

가끔 sns에 글을 올릴 때, 위치 정보로 써놓는 평화로운 시골마을 박촌. 박촌과의 첫 인연은 97년 수능이 끝난 겨울, 한창 일용직 막일을 나갈 때였다.

당시 친구와 난 새벽 일찍 용돈을 벌기 위해 인력 사무소에 나갔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당일 일감에 따라 소장이 배정해주는 현장으로 차출받았는데,  그날 친구와 내가 간 곳은 인천 지하철 구간 공사 현장이었다.

그날은 지하철  케이블을 까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십장의 지시에 따라 케이블이 감긴 도르래를 지하로 내려  정거장 구간에  케이블을 쭈욱 연결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지하철  구간을 걸으며 케이블을 까는 작업은 그다지 힘든  아니었지만, 플랫폼 밑으로 들어가 기어 다니며 케이블을 깔고 그걸 다시 벽돌로 덮는 작업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일을 마치면 일당 5 원을 받았는데, 소개소 수수 6,000원을 떼고 44,000원을 손에   있었다. 나중에  사실이지만 당시 내가 케이블 작업을 했던 구간이 인천 지하철 임학-박촌 구간이었다.


그때는 내가 이 곳에 살게 될지 몰랐다.

박촌과의 두 번째 인연은, 엄마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서였다. 상실은 끼니를 잊게 했고, 엄마와 마지막 작별하는 2박 3일 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다.  영겁과 같은 시간이 지나 작은 단지 안 엄마를 담아 추모관 한편에 모시자 허기가 밀려왔다. 돌아오는 길, 빈자리를 실감하자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기분이 들었다. 그 구멍을 음식으로 채워야만 했다. 맛있는 음식,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무작정 빠져나간 곳이 박촌에 있는 돼지 갈빗집이었다. 갈비탕을 시켰고, 돼지갈비를 먹었다. 배가 차오르자, 마음속 빈자리가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힘을 내 앞으로를 살아갈 힘을 얻게 됐다.

포만감을 느끼니 그제야 동네가 눈에 들어왔다. 집까지는 지하철을 타기로 하고, 동네를 둘러보았다. 평화로운 기운이 감도는 조용한 동네 풍경이 인상 깊은 기억이 난다.


그때 나는 이 곳에 살기로 마음먹었다.


박촌에 온 지 8년이 흘렀다. 엄마를 보내고 배부르게 돼지갈비를 먹은 그날 느낌처럼 박촌은 여전히 평화롭다. 내가 이겨내야 할 상실의 슬픔에서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해 주고 나를 홈보이로 만드는 이 곳. 박촌과의 인연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조용한 동네 풍경이 좋다. 여기서 오래오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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