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달 Nov 25. 2018

지나쳐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

진은영 '대학 시절'


내 대학시절은 어땠더라. '무엇을 했냐' 하면 '공부'와 '일'을 꼽겠다. 공부하기와 일하기에 바빠 대외활동이니 하는 것들은 별로 할 시간이 없었다. 동아리도 토론동아리 등 내가 하는 공부와 지망하는 직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했다.


'무슨 생각을 했냐' 하면 참 애매하다. '내 밥벌이가 남의 밥벌이에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꿈은 있었다. 사회에 저항할 힘이 없었고 크게 저항할 생각도 별로 없었지만, '스펙 경쟁'이나 '열정의 노동화' 등 청년을 둘러싼 부조리에 대한 반감은 컸다. '대외활동'이란 이름으로 통칭되는 각종 스펙쌓기 활동을 혐오했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떠밀리듯 그런 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목표를 정하고 달려가는 친구들도 상당했는데, 모두 뭉뚱그려 무시하고 비판했던 것은 나의 지적 오만함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나는 세계문학을 읽었고 영화를 봤고 전공지식을 탐닉했고 이런저런 글을 썼다. 돈벌이용 일을 하는 데에도 상당한 시간이 들었다. 그도 저도 아닌 때엔 가만히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시간 중 많은 때는 많이 지쳐있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울했던 것 같다.


일반 기업에 취업하지 않고 연구자나 언론인으로 살겠다고 마음을 먹은 터였다. 그러나 취업 등에서 세상과 치러야 할 경쟁이 아주 겁나지 않았던 건 아니다. 낙오에 대한 걱정도 컸다. 진은영 시인은 '종일토록 종이들만 먹어치우곤 시시한 시들만 토해내던' 시절  '켜켜이 쏟아지는 햇빛 속을 단정한 몸짓으로 지나쳐가는 아이들의 속도에 가끔 겁나기도 했지만'이라고 썼다. 다들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내 20대 초반의 당연했던 불안과 미숙함도 쓰다듬고 싶다는 생각이 이제와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눈빛은 나를 잘 헐게 만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