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올리버 산문시집 '완벽한 날들' 중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최근 일출을 본 때가 언제였냐"는 친구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다. 해가 뜨기 전에 집을 나간 적은 많은데 해가 뜨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정신을 차려보면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져있을 뿐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일몰을 본 기억도 없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하늘이 어슴푸레 어두워져있었을 뿐.
매일 해가 뜨고 지는 것, 검푸른 하늘에서 달이 쨍하게 빛나는 것, 마른 억새가 밤바람에 흔들리는 것 등.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경이로운 모든 것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싶어졌다.
때마침 책 선물을 받았다. 메리올리버의 '완벽한 날들'이다. 책날개를 보니 미국 시인 맥신 쿠민은 올리버를 "습지 순찰자"이자 "자연 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 일컬었다 한다. 지금의 내게 특히 귀한 책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