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달 Dec 04. 2018

녹슬고 싶지 않은 생이므로

이진 '팽이'


맞으면 맞을수록 아프게 각인되는 속도의 미덕.


데이미언 셔젤의 영화 '위플래쉬'에서 플렛쳐 선생은 드러머 앤드류에게 '원, 투, 쓰리, 포'를 반복해 세게 하면서 '포'에 맞춰 앤드류의 뺨을 때린다. 그리고 묻는다. "Were you rushing or were you dragging?" 그가 앤드류에게 박자와 속도를 가르친 방식이다.

위플래쉬whiplash는 영화 속에서 플렛쳐 선생의 재즈 팀이 연주하는 곡 제목이다. whiplash는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돌고 돌아야만 설 수 있는 세상이란다. 시인은 "채찍으로 때려다오. 나는 돌고 싶다"고 썼다. '속도의 미덕'을 각인하는 과정은 아프다.


몰아치면 몰아칠수록 사람은 더 잘 하게 된다. 거의 모든 게 그렇다. 다만 몰아치는 과정에서 상하는 게 있다. 내면의 어떤 면은 상처입고, 마음에서 망가진 어떤 것은 영영 회복불능이 될 수도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자주 실망시키고 오래 외롭게 만들어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러므로 생각해야 할 것은 '어디까지 몰아칠 것인가'다. 그 몰아침의 정도를 상사든 부모든 남이 결정하게 하면 노예가 된다. 오직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나는 어디까지 나를 몰아치면서 살아볼까. 내게 역시 '녹슬고 싶지 않은 생'을. 시인은 "잠시라도 멈추면 바닥으로 나동그라질 뿐"이라 했다. 나는 멈춰서 바닥으로 나동그라져도 상관 없다. 다만 녹슬고 싶지는 않다.

매거진의 이전글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