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이름의 강릉 해변을 찾아봤습니다
지인들은 내가 '강릉에 있다'고 하면 '바다 보여?'라고 묻는다. 하지만 강릉은 거주 인구가 21만이 넘는 엄연한 도시다. 그 많은 사람들이 다 해변가에 붙어서 살 순 없지 않은가? 믈론 시내에서 차를 타고 동쪽으로 10분만 가면 바다를 볼 수 있다. 그것도 남북으로 움직이면서 실컷 구경할 수 있다.
강릉에는 경포대만 있는 게 아니다. 예쁜 카페가 많은 안목해변, 약간 쓸쓸한 해변이라는 사천해변, 이름이 귀여운 순긋해변, 서핑 스팟 사근진해변, 스타벅스에서 보는 뷰가 근사한 강문해변... 강릉에 해변들은 각자 특색이 뚜렷하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날씨에 따라 바다색깔이 조금씩 변화하고, 백사장이 깨끗하고 넓다는 것이다. 해변 근처에 소나무 방풍림이 있어 더더욱 운치 있다. 하얀색과 파란색, 초록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사진을 찍으면 기가 막히게 잘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생각하는 강릉 바다의 최대 장점은 너무 상업화되지도 않았으면서 있을 건 다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나 광안리가 해변계의 강남이라면, 강릉의 해변들은 연남동이나 망원동 같은 느낌이랄까.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으면서 오밀조밀 들어선 가게들이 특색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우선 가장 추천할 만한 곳은 '커피거리'로 불리는 안목해변이다. 원래는 남항진에서 송정으로 가는 마을 앞에 있는 해변이라는 뜻에서 '앞목'으로 불리다가 현재 '안목'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작은 해안가 마을로 아는 사람만 아는 숨은 명소였는데, 현재는 규모가 큰 카페들이 들어서 있다. 사실 내부에서 보는 바다 뷰를 내세우는 곳들이라 커피 맛은 아주 특별하지는 않은데, 창 너머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다 커피를 한모금씩 호로록 하면 시간이 잘도 간다. 몇몇 카페에서 베이커리를 함께 운영하므로 빵이랑 곁들여 먹으면 든든한 오후를 보낼 수 있다. 특히 울릉도로 가는 배편을 운항하는 강릉항에 인접해 있어 몇 년 전부터 더더욱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예감이다.
안목해변에서 북쪽으로 한 1.5킬로미터 정도 걸으면 송정해변이 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다. 주위에 상업 시설이 별로 없어서 더 해변 본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군경계 철조망이 철거된 지가 약 3년밖에 되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앞으로는 이쪽에 카페니 숙박 시설이니 많이 들어서지 않을까.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는데. 송정해변은 키가 큰 소나무들이 해변을 둘러싸고 있어, 이 안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마치 수목원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파도소리가 이곳이 해변의 일부라는 걸 계속 깨우쳐주긴 하지만. 캠퍼들이 좋아하는 캠핑장소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강릉에서 가장 유명한 경포해변이 나온다. 경포호(호수), 경포해변, 경포대(경포호에 있는 누각)를 통틀어 보통 경포대라고 부른다. 경포해변은 무려 6킬로미터에 달하는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강릉 해변 중 가장 규모가 크고, 랜드마크 씨마크호텔을 포함해 신식 호텔도 많이 들어서 있다. 또 경포중앙광장도 있어 문화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많다. 그렇지만 유명세 때문이 강릉 해변 중 가장 많이 붐비고, 성수기에는 차와 사람이 뒤엉켜 복잡하다. 특히 밤에는 횟집 간판들이 너무 번쩍거려서 강릉 바다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조금만 더 낮고 조용해지면 좋을 텐데.
그 위로 올라가면 순서대로 사근진, 순긋, 사천, 하평, 영진 해변을 거쳐 주문진 해변까지 갈 수 있다. 각각의 해변을 즐기는 방법은 아주 다양할 것이다. 하지만 1박 2일 일정으로 짧게 강릉 해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안목해변에서는 버거웍스에서 거짓말 좀 보태 얼굴 사이즈 수제버거를 해체해서 먹은 다음에 근처 카페 AM 3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면서 멍때리면 돼. 강문해변에서는 GANGMUN이라고 만들어놓은 커다란 조형물 앞에서 사진 찍는 거 잊지 말고. 경포해변에서는 씨마크 호텔 로비를 통과해 근사한 경치를 즐기며 짧은 오솔길을 걸어내려올 수 있어. 씨마크에서 묵지 못한다면 아쉬운 대로 근처 경치를 즐겨보라구.”
“사천해변에서는 새로 생긴 카페들도 좋지만, 그쪽 터줏대감 카페 카모메에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늘어져 있는 걸 추천해. 사근진 해변에서는 허우적거리는 초보 서퍼들을 보며 바닷가에 발을 담그는 게 좋지. (파도가 거센 날에는 서핑 절대 하지 마). 주문진 해변에서는 좀 놀다가 주문진 수산시장 가야 해. 회를 떠서 근처 양념집에서 소주랑 함께 먹고 매운탕으로 마무리하는 거야. 5~6만원이면 둘이서 배 터지게 먹을걸.”
강릉엔 경포대 말고도 좋은 해변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모두가 아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치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