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만 없어도 서로 해피한데.
'싫은소리'를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힐링이 필요한 시대를 만들어가는 장본인이다. 때때로 몰아치는 사랑의 잔소리에 가슴 뭉클한 짜증스러움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누군가의 눈에는 잔소리와 야단법석이 필요한 법이다. 실제 결과로도 그게 증명되곤 한다. 가만히 내버려두니까 일을 안하고 만.만.하.게 보더라 처럼. 하지만 학교에서는 제대로 안 가르쳐주는 지식이 있다. 할 때와 안할 때를 구분하는 법.
잔소리가 잔소리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같은 소리를 반복하기에. 원래 듣기 싫은 소리는 한 번 들어도 기억에 각인되기 마련인데, 같은 소리가 또다시 들려오면. 기존의 불쾌한 감정적 찌꺼기가 남아서 대상을 싫어하게 된다. 그게 참 문제다.
잔소리를 하는 입장에서는 상대방이 완전히 싫은 인간이라서 싫은 소리를 하는게 아니다. 만약 짓밟아버려야 하는 적이었다면, 그저 밟아버리면 그만이다. 아니라면 온갖 욕설을 동반한 화풀이. 싫은소리를 신경질적으로 내뱉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나는 옳다. 넌 틀렸다.' 이다.
당연히 듣는 사람도 본능적으로 안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반항심이 불쑥 튀어오른다. 진심으로 존경하고 마음으로 받드는 스승님이나 부모님이 있다고 해도 곧이 곧대로 상처를 받는 '어른'. 참 상상하기 힘들다. 이미 머리가 굵은 성인이 되어선 무척이나 어렵다.
잔소리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상용어가 있다. '나도 이런 말 하긴 싫은데...' 말도 안된다. 만약에 진짜로 견디기 힘든 것으로 치환해보면 얼른 알 수 있다. '나도 자꾸 넘어져서 무릎깨지기 싫은데, 자꾸 넘어져버려' 결국 잔소리 하는 사람도 뭔가 기분좋음을 느낀다는걸 알 수 있다.
잔소리의 쾌감은 불편함의 해소에 있다. 끝나고 나면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현자타임처럼.. 씁쓸함이 남지만 순간의 오르가즘이 생긴다. 한바탕 쏟아내어 불편함을 게워내고 나면 후련함이 생긴다.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이에서 잔소리를 하지도, 듣지도 않으려 한다. 들어주고 있으면 내 사람은 잔소리에 중독되어 버린다. 또 이쯤에서 잔소리가 나오고.. 스스로 나 왜이러지 나 이렇게 나쁜 여자 아닌데 하고 말이다.
반면에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니, 잔소리 하는 심정이. 억하심정과 악의에 가득차 있어, 무슨 엑소시스트가 와서 정화해야하는 나쁜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그래도 그게 누구든 듣고싶진 않다.
잔소리 없이 살아보니 그것처럼 행복한 것도 따로 없더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