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엄마!!!"
탁탁탁!!!!
"엄마아~!!!!!!! 다음 문제 불러줘야지이~?!!!"
받아쓰기 문제집 위로 연필이 연신 머리를 박아댑니다. 아들의 받아쓰기 문제를 불러주다 또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모양새가... 썩 좋진 않습니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좀 머쓱하네요. 공부하다 졸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건 대게 엄마 쪽이니까요.
애써 닦아온 생활습관들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가장 먼저 운동량이 줄었고요, 책을 손에서 놓았어요. 깨끗한..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정리는 하고 살던 집안 풍경은 굉~장해졌고요, 잘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내 손으로 차리던 저녁 식탁은 사 온 음식들이 점령했습니다. 매일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읽어주던 동화책 권수도 대폭 줄었고, 그나마도 채 한 권을 못 읽고 자는 날도 많아졌어요.
그래도 몇 달간 예외 없이 지키던 아이들 공부습관만은 놓치지 않으리라 다짐했지요. 네... 다짐만! 했습니다. 결론적으론 잠과의 사투에서 언제나 K.O 패를 하고 말거든요. 보기 좋~게 엎어져 잠들어 버린 엄마를 보며 남매는 무슨 생각을 할까요.
매일 엄마를 깨우다 지친 남매는 이제 어느 정도 포기를 했나 봅니다. 언젠가부터 엄마가 잠들어도 그냥 알아서들 정해진 분량을 다 끝내 놓더라고요. 이 정도면 엄마의 수면이 아이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 습관을 길러주는 데 기여를 하고 있는 걸까요? 괜히 정신승리만 해 봅니다.
"참! 엄마! 어제 감사일기에 답장 안 했던데? 답장 적어줘!"
"응, 알았어. 감사 일기장 가지고 올래?"
어제의 감사일기 주제는 '자주 책 읽어줘서 감사합니다.' 였네요. '자주' 란 단어에 뜨끔해집니다. '매일' 이 들어가야 할 자리인데요. '자주' 라도 읽어줘 고맙다는데, 엄마는 미안하기만 하네요. 현이의 일기장에 볼펜을 꾹꾹 눌러 사과를 했어요. 현이는 잠자코 엄마의 답글을 지켜보다 엄마가 볼펜을 내려놓자마자 일기장을 가져가 망설임 없이 한 줄을 더 보탭니다. 그리곤 이렇게 내밀었죠.
'잠은 잘 때 자세요.'
느낌표 앞에 '쫌!!' 이 묵음 처리된 것만 같은데... 기분 탓인가요...?
아이들이 모두 잠들고 남편에게 현이의 일기장을 보여줬더니, 남편이 빵 하고 터집니다.
"아들한테 뼈 맞았네? 꽤나 아프겠어."
그날 밤, 엄마는 그렇게 순살치킨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