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강제 절필을 할 뻔했다
카카오 화재의 여파
어느 정도는, 아니 사실 아주 쬐끔 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글 쓰는 데 게으름을 부렸다는 것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핑계 많은 무덤인 저는
갖은 이유를 붙여대며 글 쓰길 차일피일 미룬 게 사실이니까요.
피곤하기도 했지요.
바쁘기도 했고요.
감기가 걸려 며칠을 약 먹고 쉬기만 해도 충분치 못한 것도 맞아요.
하지만 고백 건데, 글쓰기에 게을렀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덜컥 겁이 났습니다.
브런치 앱이 열리지 않던 이틀간 말입니다.
참, 어리석게도,
카카오 화재의 여파인 걸 깨닫게 되기까지 한 참이 걸렸어요.
'뭐야, 브런치 왜 안 열려?'
'브런치가 계속 먹통이네... 문제가 생긴 건가?'
'이대로 안 열리면, 나 강제 절필해야 하는 거야???'
당황이 길어졌던 건 아마 찔렸기 때문이겠지요.
이제와 생각해보니, 글쓰기를 미뤄뒀던 게 몹시 마음에 걸렸었던 모양입니다.
과장을 보태지 않고 정말 가슴이 벌렁벌렁 거렸어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브런치 앱을 눌렀다, 껐다, PC를 클릭했다, 창을 닫았다를 반복했습니다.
이 정성이면 못해도 글 5편은 썼겠다 싶은 생각에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제가 봐도 그림이 웃겨서요.
오늘, 브런치 대문에 '브런치 장애 공지'가 올라온 걸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이 됐어요.
이성적으로 봤을 때 언젠가 복구될 게 분명한데도 왜 저는 이토록 불안해했던 걸까요.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네, 잃고 싶지 않아요.
어렵사리 시작한 글쓰기니까요.
그렇게 저는 참으로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하얀 백지 창이 오늘따라 뽀얗게 더 예뻐 보이네요.
이 얼마나 달가운 글쓰기인가요.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 끝의 느낌이 참 좋아요.
이 느낌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아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