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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Sep 24. 2022

힐링이 필요해

주말이 왔어요!

휴직 때는 전~~ 혀 아쉽지 않던 주말이 왔어요.

정말 숨이 꼴딱꼴딱 넘어갈 것 같은 한 주였어요.

덕분에 온 마음 다해서, 진심으로 , 기쁘게, 두 팔 벌려 주말을 맞이합니다.


어제 오후 퇴근 후, 차를 달려 두 시간 거리의 캠핑장에 도착했어요.

한껏 서늘한 공기를 폐 속 가득 채우고 나니 이제 좀 살 것 같군요.

간단히 저녁을 먹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 캠핑장에서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참나무가 우거진 캠핑장의 가을은 도토리 천국이에요.

지천에 널린 도토리 덕분에 두 아이들은 아침부터 다람쥐 모드가 됩니다.

외투 양쪽 주머니가 한껏 불룩해진 것이,

흡사 욕심쟁이 다람쥐 같아 보이네요.


나?

네... 너님 요.

주섬주섬 빈 페트병을 찾습니다. 주머니 가득 도토리를 덜그럭 거리며 돌아다닐 순 없으니까요.


2시간의 결과물...


어디 쓰려고 이렇게 모으냐는 질문에 현이가 답합니다.


"할머니한테 도토리 묵 만들어 달라고 할 거야."


아들... 할머니도 도토리가루 사서 만들어... 그리고 우리 엄마 괴롭히지 마...


아침을 먹고 놀이터로 마실 나간 남매 덕에 휴식시간이 찾아왔습니다.

효자효녀가 따로 없어요.

알아서들 잘 놀아주니 어찌나 고맙던지요.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몸을 의자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봅니다.

하... 이 맛이죠.


한 참을 놀이터에서 놀던 현이가 갑자기 아빠를 찾습니다.

명색이 강변 캠핑장인데 놀이터에서만 놀기 아쉽죠.

물고기 잡으러 가야죠.

마침 태풍 이후로 강물이 매우 깨끗해졌습니다.

바닥을 덮고 있던 이끼도 사라지고 제법 낚시할 맛이 나겠어요.

단단히 채비를 마친 꼬마 낚시꾼이 강가로 향해요.

오빠가 갑자기 사라진 게 궁금해진 쭈도 뒤늦게 합류합니다.


원래 낚시는 세월을 낚는 것이여...


잡아랏! 물고기!


깨끗해진 물에 제법 물고기가 많습니다.

그 사이 아빠는 낚싯대로 물고기를 네 마리나 잡았어요.

반년 전엔 허탕만 치던 야매(?) 강태공이 이제야 실력을 발휘하는군요.


안녕?


오늘의 수확에 제법 기분이 좋아진 남매가 기분 좋게 철수를 합니다.

텐트에 와서 관찰하기 쉽게 물고기를 넙적한 통에 옮겼어요.

그런데 힘센 물고기 한 마리가 철썩 거리며 통 밖으로 계속 튀어나오네요.

엄마와 쭈의 비명이 동시에 터져 나옵니다.


"끼야악!!!"


엄마랑 동생이 소리를 지르는데, 현이가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물고기를 덥석 잡아 다시 통에 넣어주네요.

펄떡이는 물고기도 맨손으로 잘 잡는 현이에게 엄마는 또 한 번 반하고 말았어요.


착하지...자꾸  나가지 말고...


먹고 놀다 보니 어느새 저녁입니다.

아이들에게 영화 한 편을 틀어주고 화로대 앞에 앉으니 물소리, 풀벌레 소리, 장작 타는 소리가 환상적이네요.

하루가 이토록 짧다니요.

하릴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발뒤축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지요?

출근 걱정이 없을 땐 휴식의 소중함을 당연히 여기더니,

일 하고 나니 이제야 간절해집니다.

내일 하루가 더 지나면 다시 일터의 시간이 오겠지요.

하지만 두려워하진 않습니다.

뭐든 제대로 만끽하기 위해선 다시 그 안에 충만해져야 한다는 걸 아니까요.

내일이 오지 않을 것처럼 하루를 보내고,

기쁨처럼 찾아올 휴일의 품을 누리렵니다.


토요일 저녁이 깊어갑니다.

모두 평화로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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