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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Jul 15. 2023

비 오지 않는 수요일에도 노란 장미를

"엄마, 날씨가 거짓말쟁이야!"

"응? 거짓말쟁이야?"

"응! 비 온다 그래놓고 비 안 왔잖아!!"


쭈의 입이 댓 발은 나왔습니다.

연이은 장마로 유치원에서 계획되었던 인근 산의 계곡행이 취소된 아침.

계곡물에 발 담글 생각으로 한껏 부풀었던 쭈는 찌푸린 날씨마냥 시무룩해졌어요.

하지만 비가 온다는데 별 수 있나요.

하는 수 없이 장화와 우산을 챙겨 유치원에 갔지요.

 

그런데 이게 웬걸.

온다던 비는 안 오고 하루종일 햇볕만 쨍쨍 내리쬔게 아니겠어요.

펴지 않아 곱게 말려있는 우산과 가방을 내팽개치듯 내려놓은 쭈가 속상한 마음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음... 쭈야 일단 진정하고..."

"진정하기 싫어!"

"음... 거짓말쟁이.. 까지는 아니고... 음... 변덕쟁이 정도는 어때?"

"변덕쟁이? 그게 뭔데?"

"마음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바뀌는 걸 변덕이라고 그러거든. 날씨도 덥고 짜증도 나서 비를 내리고 싶다가, 내리기 싫어진... 뭐 그런 거지 않을까?"

......

"그게 뭐야! 그래도 날씨 나빠!!"


도무지 위로가 되지 네요.

하는 수 없죠. 이럴 때 써먹을 비장의 무기가 있습니다.

아껴두고 아껴뒀던 딸기 아이스크림이요.

아이스크림 먹잔 말에 쭈가 솔깃합니다.

그럴 테죠. 그것도 오빠 몰래 먹자고 했으니까요.

투정 부리던 쭈는 그대로 입을 꾹 다물고는 냉큼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요.

그리곤 딸기 아이스크림을 크게 한번 푹 떠 와앙! 하고 입에 넣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네요.

역시, 기분 나쁠 땐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최고죠.

만고불변의 진리 아니겠습니까.




쭈를 태권도장에 데려다주고 나오는 길.

건너편 작은 꽃집이 보입니다.

'꽃보다 현금'이 인생 모토인 엄마지만,

계곡 못 가 실망한 딸의 기분을 풀어줄 겸, 오랜만에 꽃구경도 해 줄 겸 해서 꽃집에 들어가 봅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땀을 씻어주네요.

땀에 쩔어 끈적해진 피부가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졌어요.

냉장고 진열장 속 제일 앞 줄에 샛 노란 장미가 반겨줍니다.

언젠가 '비 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 주고파~~' 하는 노래를 들었던 것 같은데,

정작 비 오는 수요일에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못 받아본 엄마는 딸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장미를 사고 있네요.

비 오지 않는 수요일이지만, 산뜻한 노란 장미는 괜찮을 것 같아요.


노란 장미 한 다발을 품에 안고 돌아옵니다.

얼음을 한 아름 넣은 꽃 병에 차가운 물과 노란 장미 다발을 꽂아 놓아요.

쭈가 좋아하겠죠?

벌써부터 꽃 보다 환하게 웃을 쭈의 얼굴이 기대가 됩니다.


"우와~~ 꽃이다. 예쁘다~~~ 엄마 최고!"


아마도, 이러면서 쌍 따봉을 날려줄 테지요.




퇴근한 아빠와 함께 남매가 돌아옵니다.


"쭈야, 짜잔! 엄마가 꽃 사놨다?! 예쁘지~~~~?"

"... 뭐야, 노란색이네?"

(시큰둥하게 씻으러 간다...)


.........


그 후로 꽃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쭈였습니다...

오늘도 예측불허 그녑니다...

(주르륵....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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