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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16. 2022

[동화#1] 사월이

  현재의 아이와,
  한때는 아이 었던 엄마에게 다가온
  동화책의 작은 울림을 기록합니다.   

    [책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 엄마!!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책을 읽던 아들의 눈이 왕방울만 해집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요.

  여덟 살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현실은 조금 잔인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화책 사월이(*출처: 예스 24)






  토끼풀을 야무지게 뜯어먹고 있는 하얀 토끼의 이름은 사월이입니다.

  공원에 버려진 게 사월이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죠.

  사월이도 집에선 '백설공주'라는 근사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어요.

  생각보다 너무 빨리 커서 부담스러워진 주인이

  캄캄한 밤 공원에 내려놓고 떠나기 전까지 말이죠.


  공원엔 사월이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사월이 처럼 버려진 건지,

  원래 야생에서 자라던 토끼인지,

  아니면 버려졌다 야생 동물화 돼버린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여러 마리의 토끼들이 살고 있었어요.


  사월이는 이곳에서 여러 번의 고난을 겪습니다.

  산책하던 개가 사월이를 보고 컹컹 짖자,

  "물어 와!" 하며 개 주인이 목줄을 풀어주어 꼼짝없이 사냥당할 뻔도 하고요.

   

  처음 새끼를 배고,

  아늑한 토끼굴에서 아기 토끼를 낳고 키우다

  갑작스러운 폭우에 굴이 물에 잠겨 새끼를 모두 잃기도 해요.


  다시 언덕 위에 굴을 파서

  예쁜 아기 토끼 다섯 마리를 낳아요.

  필사적으로 지켰지만,

  한 마리는 깊은 밤 길고양이의 습격에,

  두 마리는 새끼를 탐내던 아저씨들의 손에 잡혀갑니다.  


  남은 두 마리를 독립시킨 사월이 곁엔 까망이만 남습니다.

  아기들의 아빠요.


  그러다 어느 날, 둘은 커다란 고양이의 습격을 받습니다.

  사월이는 가까스로 도망갔고,

  까망이는 숨어있던 작은 고양이 떼들에게 둘러싸였어요.

  어미 고양이는 사냥법을 가르치려는 듯 까망이를 새끼들에게 내어줬고,

  도망가던 까망이는 결국 고양이들에게 잡히고 맙니다.  


  그렇게 사월이는 홀로 남겨집니다.




  


   토끼굴이 물에 잠겨 사월이가 새끼를 모두 잃은 장면에,

   오동통한 새끼를 보고 입맛을 다시는 아저씨의 등장에,

   까망이의 최후에.


   책을 읽던 아들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그리곤 진지하게 묻습니다.


   "왜 버린 거야?"


   단지 너무 커서 그렇다는 이유만으론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이었어요.

   조금은 격양된 아이의 반응에

   덤덤히 말해주기가 어쩐지 미안해지더군요.


   책을 한 장 한 장 다시 넘기며 그림을 살펴봤어요.

   유기된 건 사월이 뿐이 아닙니다.

   새끼 고양이에게 사냥법을 가르치는 어미 고양이도

   한때는 집 고양이었을지도 모를 일이죠.


   저희 집 인근에는 산책하기 좋은 하천이 있어요.

   하천 일대에 길냥이들이 아주 많은데,

   곳곳에 밤이슬을 피할 수 있는 고양이 집과

   사료그릇, 물그릇이 놓여있습니다.

   하천을 따라 곳곳에 놓인 집 개수만 하더라도

   어림잡아 열댓 개가 넘습니다.

   그 많은 고양이 집을

   여름에는 통풍구가 뚫려있고, 겨울에는 보온재가 덧대여 져 있습니다.

   분명 의인이 계신 게지요.

   모르긴 몰라도,

   고양이 의인께서는 개인의 고달픔보다

   고양이에 대한 측은지심이 더 크신 게 분명합니다.


   아이들과

   사월이, 그리고 하천 고양이집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반려동물을, 생명을 키운다는 것의 무게와 책임이 무엇인지.

   작은 동물들도 생존을 위해 얼마나 필사적인지.

   단지 귀여운 외모 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


   [사월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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