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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18. 2022

[동화#2] 토마토 나라에 온 선인장

나와 다른, 모두의 이야기

  현재의 아이와,
  한때는 아이 었던 엄마에게 다가온
  동화책의 작은 울림을 기록합니다.   

    [책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와~~ 엄마 이것 봐! 얘 엄청 귀엽다!!!"


  도서관을 팔랑팔랑 날아다니던 나비 한 마리가 책 한 권을 찾아왔습니다.   

  

나?




김수경 글그림, 출판사 달 그림(*출처: 예스 24)







  선인장 누와는 홀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저 먼 토마토 나라까지 혼자 유학을 온 것이죠.

  

  유학생이면 으레 그러하듯, 누와에게도 언어의 장벽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쩐지 언어의 장벽보다 마음의 거리감이 더 커 보이네요.

  도무지 대화에 낄 수가 있어야지요.


토마토들 사이, 섬 같은 누와


  

  그런 누와에게도 친구가 생깁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토토였지요.

  토토가 도와준 덕분에 누와도 학교에서 잘 적응 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셨데요.

  누와는 당장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비행기를 탈 돈이 없었어요.

  그리곤 가족 곁을 지킬 돈도 없으면서 유학을 온 자신이 미워졌지요. 


  자책하는 누와의 곁을 지킨 건 역시 토토입니다.

  토토는 아무리 위로해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는 누와가 안쓰러웠어요.

  그래서 누와를 꼬옥 안아주려 했죠.


  그러다 그만,


토.. 토마토 즙이...?!



누와의 가시에 찔려 상처를 입게 됩니다.


그 일이 있고 누와는 미용실에서 가시를 모두 밀어버렸어요.

누군가를 또 다치게 할까 봐 무서웠거든요.

누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자신의 가시를, 자신을 원망했어요.


며칠 뒤, 상처에 반창고를 붙인 토토가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포옹법을 발견했다면서요.

토토는 누와의 목에 포근한 목도리를 둘러줘요.

자기도 목도리를 하고 있네요.

이렇게 하면 안아도 다치지 않는다고요.


누와의 얼굴이 발그레해집니다.

가시를 밀어내, 민둥산이 된 누와의 머리에 노오란 선인장 꽃이 폈어요.


둘은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며, 함께 걸어갑니다.

커다란 보름달이 걸어가는 둘을 따스하게 비춰줍니다.




  


책을 읽은 후 아이들의 반응이 흥미롭습니다.

내성적이고 섬세한 아들은 누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요,

낯을 가리지 않고 모두와 금방 친해지는 딸은 토토에게 비슷한 감정을 느끼더라고요.


누와의 가시가 토토를 아프게 할 때, 같이 주눅 드는 아들과

군중 속에 홀로 있는 누와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딸이었습니다.

실제로 딸은 유치원에서 내성적인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다정하게 말을 걸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아이들은 누와가 가시를 밀어버리는 장면에서 많이 안타까워했어요.

멋을 내거나, 잘 생겨지려고 밀어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때론 그냥 있어도 남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게 되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하지만 그 조차도 자신의 모습일 뿐,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억지로 눌러 스스로를 감추는 건

누와에게도 친구 토토에게도 좋은 일이 아닌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이 말을 다 해주고 싶었는데,

아직까지 전부를 이해하진 못할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대신 이 말을 해줬어요.

가시가 잘 못된 건 아니라고,

토마토들 사이 혼자 서 있는 누와가 잘 못된 건 더더욱 아니라고,

우리 모두는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고요.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토토의 반응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친구를 다치게 해서 주눅이 든 누와에게 먼저 다가와

사과를 했거든요.

함부로 안고, 함부로 다쳐서 미안하다고요.

안전하게 안을 수 있는 새로운 포옹법도 만들어 오고요.

아이들에게 너른 가슴을 가진 토토를 한껏 칭찬해줬습니다.




서로 다른 너와 나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관계의 근본적 미덕에 대한 이야기.


[토마토 나라에 온 선인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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