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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움 Aug 23. 2022

[동화#3] 친구의 전설

  현재의 아이와,
  한때는 아이 었던 엄마에게 다가온
  동화책의 작은 울림을 기록합니다.   

    [책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 오메~~ 읽어줘."

  "오메~~ 이거?"



   둘째가 책꽂이에서 책 한 권을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책.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동화, '친구의 전설'입니다.


누가 봐도 친구 (지은이 이지은, 출판사 웅진주니어, 사진출처: 예스24)






옛날 옛날 한 옛날에,

성격 고약한 호랑이 한 마리가 살았어요.

호랑이는 늘 숲 속 동물들에게 외쳤지요.

"맛있는 거 주면 안 잡아먹지!"

어째, 동물들은 진절머리 난다는 반응이네요.


호랑이는

심심해서 더 괴롭히고, 외로워서 더 심술을 내는

어린아이와 닮았습니다.


자꾸 심술을 내니 주변엔 아무도 없어요.

다가가는 다른 방법도, 다가갈 필요도 못 느낍니다.

외로움이 외로움인 줄도 모르고

그저 익숙한 듯, 무딘 듯

혼자 있네요.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생겼습니다.

깊은 밤 자고 있던 호랑이 꼬리 끝에 민들레 씨앗 하나가 뿌리를 내린 거예요.

아침이 밝고, 호랑이는 꼬리에서 낯선 존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노오란 꽃을 피운 민들레 한 송이를요.


그런데, 이 민들레, 성격이 보통이 아닙니다.

"웬 누렁이 한 마리가 나한테 붙었냐!"며 도리어 큰 소리죠.

호랑이는 꼬리에 붙은 민들레를 떼어내려 하고,

민들레는 호랑이를 떼어내려 하며,

둘의 공존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어요.

이 민들레가, 사교성이 너무 좋은 겁니다.

호랑이라면 슬금슬금 피하기 바빴던 숲 속 동물들이

꼬리 꽃을 만나러 호랑이 곁으로 모여드는 게 아니겠어요?


어... 이게 아닌데...


꼬리 꽃은 다정하고 살가웠어요.

친구들의 어려움을 못 본척하지 않았지요.

알이 절벽으로 떨어졌다며 도움을 청하는 엄마 닭의 절규를 무시하지 않고요,

다리가 사라져 냇가를 건너지 못하던 어린 동물들의 요청도 기꺼이 들어줍니다.

덩달아 호랑이도 절벽에 매달려 알을 구하고,

꼬리 다리로 어린 동물들을 도와줘요.


동물들은 이제 호랑이를 피하지 않아요.

몰래 비밀파티도 열어주고,

고맙다는 말도 전합니다.

호랑이도 싫지 않는 모양이네요.


계절이 바뀌고

민들레의 노란 꽃잎은 하얀 홀씨로 변해요.

그 사이 호랑이와 꼬리 꽃은 절친이 되었어요.


어느 날, 둘은 밤 산책을 나섰다가 그만

사냥꾼의 그물 덫에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어요.

공중에 대롱대롱 달린 호랑이의 눈에 눈물이 맺힙니다.

이제 노인의 모습을 한 꼬리 꽃이 희미하게 웃고 있네요.

꼬리 꽃은 호랑이를 진정시키며 제안을 했어요.

'후'불어 눈 안 감기 놀이를 하자고요.

호랑이는 금방 신이 났습니다.


잠시 후 호랑이 차례가 왔어요.

꼬리 꽃은 잠시 호랑이의 두 볼을 잡고 이렇게 말해요.


"호랑이, 우리 이제 친구지?"


호랑이는 꼬리 꽃이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는 눈칩니다.

짧은 대답 후, 호랑이는 있는 힘껏 민들레를 불었어요.




호랑이는 당황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홀씨는 멀리멀리 날아갔어요.

숲 속 친구들이 있는 곳까지 날아가

호랑이 소식을 알렸지요.


곧이어 친구들이 호랑이를 구하러 달려왔어요.

숲 속 친구들 덕분에 호랑이는 무사히 구조되었죠.

이제는 꼬리 꽃이 없어진 빈자리를,

다른 동물들이 채워줍니다.

친구라는 이름으로요.






책을 덮고 잠시 어른의 세계를 반추해봅니다.


아이들은 언제든 친구를 만듭니다.

나이를 묻고, 이름을 묻고.

그리곤 세상 둘도 없는 친구처럼 웃고 뛰어놀지요.


반면, 어른들의 세계는 좀 다릅니다.

마음 한편엔 언제든 펼 수 있는 주름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람 vs 사람으로 대하기보단,

겉 vs 겉, 이익 vs 이익으로 서로를 대하죠.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내어놓고.

그렇게 피상적인 관계가 쌓이고 쌓여

해소되지 않는 거대한 외로움을 만들어 냅니다.


마치 외로움이 외로움 인지도 모르고

그저 익숙한 듯, 무딘 듯, 혼자 있는 호랑이처럼요.


우리에겐 어쩌면

얼굴만 보면 으르렁 대고,

사소한 일로 다투고 절교하고,

다시 만나서 웃고 떠들던

꼬리 꽃 같은 친구가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 함께하고, 항상 곁에 있어,

나와 너에 대해

세상 누구보다 잘 알던 그 시절의 친구들 말입니다.


갑자기 중고등학교 시절이 그리워지네요.

그때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 집니다.




어설프지만 순수했고,

마음 만으로 전부를 나눌 수 있었던

진짜 친구의 이야기


[친구의 전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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