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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왓에버 Sep 02. 2024

난 <아파트 관리인>이 싫다

일하는 꼬락서니 하고는

요즘 우리 단지 내에서는 계절창고 사용신청을 받고 있다. 흠... 연이용료 12만 원? 한 달에 만원 꼴이니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어지러워지는 집안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기에 계절창고는 우리에게 좋은 솔루션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에 마트에 갈 일이 있어 나가는 길에 관리실에 들러 신청하고 왔다. 그런데 참 이상한 점이 있었다. 세대수에 비해 계절창고의 수가 현저히 적으니 신청자가 많아지면 추첨을 통해서 창고가 배정이 된다고 한다. 그 때문에 신청을 해도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돈은 신청서 작성과 함께 바로 입금을 해야 한다고 했다. 뭔가 이상했지만 어쨌든 우리에겐 필요한 상황이니 입금을 했다. 뭐 큰돈도 아니니 말이다. 그런데 관리인이 뒤에 덧붙인 말은 더더욱 이상했다.


 "혹시 이용 못하게 되실 경우 환불은 관리비에서 차감되는 방식입니다."


이건 그냥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일단 입주민으로서는 관리비 자체가 서로 왈가왈부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네이버 뉴스에서 관리비만 검색해도 참으로 많은 기사가 나온다. 그런데 계절창고 이용과 상관없는 관리비를 갑자기 연결시킨다고? 왜 내 돈을 그런 방식으로 환불받아야 하는데? 이 단지의 관리인들은 작년 12월에 이사 왔을 때부터 참 이상했다. 나의 입주일은 12월 1일이었는데 11월 관리비가 내게 몇천 원 부과되었다. 그래서 관리실에 방문하여 따졌더니 날짜상으로 매월 1일은 이전 달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참 웃기는 방식의 계산이지만 일단 알았다고 하고 내고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또 관리비를 환불과 연결 지어 들먹인다고?


 "차감되기 전의 금액은 사실상 제가 알 수도 없는 부분인데 굳이 왜 그래야 하는 거죠?"


 "내역에 표시되어 나가는데... 그게 싫으시면 방문하셔서 반환신청서를 작성하셔야 해요."


 "네, 작성할게요. 그렇게 해주세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나왔다. 그러나 속으로는 할 말이 더 많았다. 이전부터 이 사람들은 참 문제가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당장 생각나는 것만 나열해 볼까?



5월 경, 우리 동에 있는 2개의 엘리베이터 중 하나가 고장 난 적이 있다. 누군가 술에 취해서 고장 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1층의 고장 난 엘리베이터 문 앞에 안내문이 하나 붙어있었다.


여긴 27층짜리 건물이다. 왜 느닷없이 택배 기사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입주민 소통공간에 해당 안내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였으며 이 안내문은 다음날 사라졌다. 그 이후엔 어떠한 안내문도 붙어있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넘도록 아무런 설명이 없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상태로 지속되길래 어느 날은 짜증 나서 내가 직접 관리실에 전화를 했었다. 왜 이렇게 수리 안된 채로 오랫동안 방치되는 것이냐고 따졌더니 부품 핑계를 대면서 오래 걸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 불편을 겪고 있는 입주민들에게 공지하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본인들은 입주민 소통공간에서 댓글로 이미 다 설명을 했다고 한다.


 "저기요... 아파트너 앱을 모든 입주민이 사용하는 게 아니잖아요?"


역시나 최선을 다하고 있단 핑계를 대면서 그렇게 통화는 종료되었다. 그리고 며칠 뒤 엘리베이터는 다시 정상가동 되었다.


우리 아파트는 피트니스 센터 이용도 참 불편하다. 신청자를 분기별로 받기 때문이다. 3개월씩 이용을 해야 하고 접수기간이 지나버리면 다음 분기까지 대략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이 때문에 난 1분기 때는 이용을 했지만 2분기는 이용할 수가 없었다. 2분기 접수기간 동안 필리핀 처가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1분기 접수 때는 피트니스 센터가 첫 오픈이었다. 그리고 이용 첫 등록 시에는 건물 입장을 위한 지문등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문등록을 진행하는데 또 관리인이 하는 말이 참 가관이다.


 "일단 여기에서 등록하시면 되는데 저희도 처음이라 나중에 다시 등록하셔야 할 수도 있어요."


 "그런 건 오픈 준비기간 동안 숙지를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중에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으면 그럼 지금 이 의미 없는 지문등록은 왜 해야 하는 거죠? 지문도 개인정보인데요?


그 관리인은 내 말에 똥 씹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 왜 내가 이유 없이 기분이 나빠야 하는지 참 모를 일이다. 돈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도 처음이라는 핑계로 입주민의 불편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참 기분 나쁘다. 그리고 지문인식기도 단지 내 입구 쪽에 하나만 설치해 둬서 단지 외부로 나가는 것이 참 불편하다. 다른 쪽 문은 외부인 출입금지를 명목으로 항상 잠가둔다. 그 문은 청소하시는 아줌마들만 이용하라고 만든 문인가 보다.


단지 내 게스트 하우스도 최근 이용이 가능해졌는데 우선적으로 이용하신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것도 참 문제가 많다.


일단 객실 내에 냉장고 및 집기류는 아무것도 없으며 이용을 위해서는 일주일 전에 신청하라고 한다. 그리고 퇴실은 직접 청소하고 나가야 한다고 한다. 그래 뭐 청소는 그렇다고 치자. 본인이 머문 자리를 깨끗이 하고 나가는 것은 매너의 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용객의 편의도 고려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기본적인 침구류조차 제공되지 않으면서 이용료는 1박에 5만 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뻔히 방이 비어있음에도 갑자기 필요할 때 이용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그와 더불어 이용을 할 수 있다고 3시 입실, 10시 퇴실이라고 한다. 늦게 들어오고 빨리 나가라는 얘기다. 청소까지 싹 다 해놓고 말이다.


이걸 내 식구 혹은 친구들을 위해 이용하게 하라고? 절대로 싫다.



이렇게 딱 3가지의 기억만 들여다보아도 알 수 있다. 절대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계절창고 이야기로 돌아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매우 불쾌한 일처리 방식이다. 난 계절창고 사용이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에게 일단 돈을 지불해야 하고, 그들은 굉장히 미심쩍은 방식으로 필요시 환불을 해주겠다고 한다. 다시 말해, 쉽게 돈을 가져가고 어렵게 돌려주겠단 소리로 들린다. 이걸 매우 당당히 얘기하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왜 내가 그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모양새의 상황이 발생되어야 하는가? 일하는 꼬락서니가 아휴 참 소리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계절창고 이용접수에 관한 안내문부터 사람을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접수기간 : 9월 1일 ~ 15일 (주말, 공휴일 제외)


9월 1일은 일요일이었다. 2일부터 접수시작이라고 안내했으면 될 것 아닌가?


최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아파트 전체 관리비 내역 중 인건비 지출에 대한 내역을 본 적이 있다. 관리인은 총 7명이 있으며 지출액은 약 3000만 원이었다. 단순히 7로 나눠만 보아도 4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그런데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그 값을 하는 것 같진 않다. 뭐 세부내역을 보면 그들의 월급이 그 정도는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근데 그렇다고 내 생각과 이야기가 달라질 것 같진 않다. 며칠 전에는 느닷없이 세대 내 안내방송으로 내일은 무슨 날이니 태극기를 게양하잔 방송이 나왔었다. 흘려들었기에 무슨 날인지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일단은 국경일과 상관없는 날이었다. 그냥 입주민에게 진짜로 필요한 일이나 잘했으면 좋겠다. 느닷없이 헛소리로 잘 자고 있는 내 딸 깨우지나 말았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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