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인재가 빨려 들어간다."
최근 한 기업의 뉴스레터에서 본 문장이다.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 '초지능 AI'를 향해 지구상 가장 뛰어난 두뇌들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왜 실체도 없는 기술에 자신의 가장 빛나는 시간을 걸고 있는가. 그 중심에 놓인 욕망의 정체는 무엇인가.
초지능(ASI, Artificial Superintelligence)은 단순히 똑똑한 AI가 아니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의 정의처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가장 뛰어난 인간의 지능을 훨씬 능가하는 지성"을 의미한다. 인류 전체의 지성을 합친 것보다 더 위대한 존재. 아직은 가설에 불과한 이 개념이, 어째서 이토록 강력한 중력이 되어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나는 그 힘을 세 가지로 본다.
첫 번째 힘은 '영향력'에 대한 갈망이다. 천문학적인 연봉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다. 최고의 인재들은 돈 너머의 것을 욕망한다. 바로 인류의 가장 거대한 문제를 푸는 자리에 서고 싶다는 지적 야망이다. 질병, 기후 변화, 에너지 문제. 인류가 수천 년간 풀지 못한 난제들을 해결할 열쇠가 초지능에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20세기 과학자들이 원자의 비밀을 파고들고 미지의 우주로 로켓을 쏘아 올렸듯, 그들은 지금 기술의 가장 첨예한 끝에서 역사의 방향키를 쥐고 싶어 한다. 그것은 직업이 아니라, 시대적 소명에 가깝다.
두 번째 힘은 거대 자본이 만든 '무제한의 판'이다. 초지능 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요구하는 싸움이다. 구글, OpenAI 같은 거인들이 쏟아붓는 돈은 재능 있는 연구자에게 '제약 없는 실험실'을 제공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자원의 한계가 없는 환경. 이는 천재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놀이터다. 이 '승자독식'의 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은 다시 더 많은 자본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기장을 형성한다. 그곳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속도가 가장 빠른, 세상의 중심이다.
마지막 힘은 '특이점'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다. 기술이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폭발적으로 진화하는 순간, 즉 기술적 특이점의 문턱에서 그들은 줄타기를 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될 수도, 혹은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기술의 탄생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 직접 그 창조자가 되어 통제하겠다는 의지. 동시에, 누군가 위험한 초지능을 만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더 안전한 초지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공존한다. 그것은 미래를 선점하려는 욕망이자, 동시에 인류를 지키려는 방어적 사명감이다.
이 거대한 흐름 앞에서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모두가 AI라는 블랙홀로 향할 때, 텅 비어버린 다른 우주, 즉 기초과학이나 인문학의 자리는 누가 채울 것인가. 인류의 운명을 가를 기술의 방향키가 소수의 천재들과 기업의 손에 맡겨지는 것은 과연 온당한가.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우리 자신에게 던져야 한다.
당신이라면, 이 거대한 중력에 몸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기꺼이 다른 우주를 향해 떠나는 항해사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