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디즈니도 넘지 못한 상표권의 벽
주토피아는 왜 유럽에서 ‘주토폴리스(Zootropolis)’로 개봉했을까?
번역의 문제일까. 마케팅 전략일까.
둘 다 아니다.
이건 천하의 디즈니도 피해 갈 수 없었던,
상표권이라는 법의 벽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한다.
“미국에서 상표 등록을 받았으면 글로벌 아닌가요?”
그렇지 않다.
상표권은 영토별 권리다.
미국에서 등록된 상표는 미국에서만 효력을 가진다.
유럽, 아시아 등에서 자동으로 보호되지 않는다.
글로벌 기업일수록 국가별로 따로 상표권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디즈니는 2013년 미국에서 ‘Zootopia’를 출원했고, 2016년 등록을 받았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덴마크 동물원 Givskud가 이미 2010년에 ‘Zootopia’를 상표로 등록해
의류, 장난감, 교육·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었다.
즉, 유럽에는 이미 법적으로 보호받는 ‘Zootopia’의 주인이 존재했다는 뜻이다.
만약 디즈니가 유럽에서도 ‘Zootopia’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상표 침해 분쟁.
사용 금지 가처분.
개봉 직전 소송 리스크.
수천억 원이 걸린 글로벌 개봉을 앞두고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그래서 디즈니는 유럽 시장에서
영화 제목을 ‘Zootropolis’로 변경한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디즈니는 미국에서 ‘Zootopia’를 출원하고 불과 이틀 뒤,
영국과 유럽에서 ‘Zootropolis’를 출원했다.
즉, 이름 변경은 분쟁이 터진 뒤의 대응이 아니라
처음부터 준비된 플랜 B였다는 유추가 가능하다.
글로벌 IP 전략에서는 항상 “대체 네이밍”을 함께 설계한다.
상표는 창작의 문제를 넘어서 법적 권리 확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화려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몰입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이미
등록 상표 검색 → 충돌 분석 → 출원 전략 수립 → 대체안 확보라는
치열한 법적 계산이 끝나있는 상태다.
IP 전략은 흥행 이후의 일이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이미 시작된다.
영화 제목 하나 바뀐 걸로 끝난 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천하의 디즈니도 피해 갈 수 없는 상표권 분쟁이라는 법률적 현실이 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및 개인적 의견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법적 의견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분야의 변리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