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산 그 중고 명품, 누가 만든 건지 아세요?

명품 리폼의 어디까지가 합법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by EEJOONMOM

2026년 2월 26일, 루이비통 가방을 리폼해 고객에게 돌려준 수선집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파기환송). 개인 소유자가 개인적 사용 목적으로 리폼을 의뢰하고, 그 결과물이 거래시장에 유통된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를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상공인이 대기업을 이겼다며 박수를 쳤는데요.


그런데 대법원이 제시한 그 기준은, 과연 어디까지 적용되는 걸까요?


첫 번째. 어떤 디자인으로 바꾸느냐

이번 사건의 수선집은 고객의 정품 가방을 원하는 "다른 형태"로 바꿔줬습니다.

큰 가방을 작은 가방으로, 가방을 지갑으로 말이죠.


현실에서 수선집 문을 두드리는 고객들의 요청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이 모노그램 토트백을, 루이비통 네버풀처럼 만들어주세요." "스피디 스타일로 바꿔주세요."

루이비통이 현재 판매 중인 다른 제품의 디자인을 그대로 복제해달라는 요청입니다.


이 경우는 단순히 형태를 보존하는 수선과는 다르게 보아야 합니다.

루이비통 A 제품의 원단으로 루이비통 B 제품을 만드는 것은 소유자 입장에서는 "내 원단으로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달라"는 것이지만, 루이비통 입장에서는 자사의 현행 제품 라인업이 무단으로 복제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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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디자인을 B 디자인으로 그대로 복제하는 작업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를 대리하는 것을 넘어서는 행위로 볼 수도 있습니다. 상표권 침해를 넘어 디자인권 침해로 연결될 수 있습다.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루이비통 디자인은 필요 없어요. 그냥 제가 원하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주세요."


기존 디자인을 복제한 것도 아니고, 루이비통이 현재 파는 제품과 겹치지도 않으니 얼핏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루이비통의 원단에는 LV 모노그램이 빼곡히 박혀 있기 때문에 형태가 완전히 새롭고 창작적이더라도, 그 위에 루이비통 로고가 그대로 붙어 있는 한 소비자는 그 물건을 봤을 때 "루이비통이 만든 건가?"라는 오인과 혼동이 생길 수 있고, 이는 상표권 침해뿐 아니라 부정경쟁방지법상 쟁점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즉, 창작 디자인이라고 해서 법적으로 자유로운 영역에 들어서는 게 아니라는 거죠.


두 번째. 정품 부품이 아닌 부품을 사용하면

이번 사건의 수선집은 고객의 정품 루이비통 가방을 받아, 그 원단과 부품을 그대로 재활용했습니다. 대법원이 리폼을 허용해야 한다고 제시한 근거로 "리폼 전후 소유권이 시종일관 소유자에게 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리폼 과정에서 원래 가방의 부품이 손상되거나 부족해지면, 업자는 외부 부품, 즉 비정품 부품을 사용하게 됩니다.

루이비통 원단에 비정품 금속 부속이 섞이는 순간, 그 물건은 루이비통이 생산한 물건이 아니게 됩니다.

1심 판결문에서 루이비통은 이 점을 직접 언급했고, 리폼 제품에 사용된 부품이 위조품이라는 주장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비정품 부품을 혼용한 리폼은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출처 혼동입니다.

정품과 비정품이 뒤섞인 물건에 루이비통 로고가 붙어 있다면, 소비자는 이 물건이 루이비통의 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두번째는 브랜드 명성이 손상됩니다.

루이비통이 만든 적 없는 품질의 물건이 루이비통 로고를 달고 세상에 나오는 것입니다.



세 번째. 리폼된 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대법원 판결은 리폼 제품이 개인적으로만 사용되고 시장에 나오지 않는 경우를 전제로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릅니다. 고객이 리폼을 의뢰할 때는 개인 사용 목적이었더라도,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 중고로 팔 수 있습니다. 혹은 처음부터 팔 생각이었지만 업자에게는 "개인용"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리폼된 루이비통 제품이 중고 시장에 나왔을 때, 그것을 보는 소비자는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될까요.


1심 판결문에서는 "가방 소유자로부터 리폼 제품을 양수하거나, 소유자가 지니고 있는 리폼 제품을 본 제3자가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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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로고 보고 정품으로 믿고 산 중고 물건이 사실은 수선집에서 재조합되어 비정품 부품이 섞인 리폼제품이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리폼제품에 대한 재판매를 소유자의 양심에만 맡길 수 있을까요.




아직 끝나지 않은 이유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사건을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고(파기환송), 특허법원은 "실질적으로는 일련의 리폼 과정을 지배․주도하면서 리폼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등 이를 자신의 제품으로서 상거래 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하였다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또 는 소유자들이 개인적 사용을 위한 목적이 아니라 상거래에 제공하여 거래시장에서 유통되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등록상표들이 표시된 상품에 대한 리폼 행위를 요청하는 등 상표권 침해행위를 할 것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데도 리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의 방법으로 그 행위에 관여하였는지 등" 살펴보아야 합니다.


루이비통은 이 수선집이 단순한 개인 의뢰를 실현해준 게 아니라, 사실상 리폼 제품을 기획·제조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려 할 것입니다. 수선업자는 홈페이지에 리폼 샘플 사진을 올리고, 매장에 실물 샘플을 전시하며 영업을 했습니다.

대법원이 "소유권자에 제품이 돌아가는 것에 한해서 원칙적으로 허용"이라고 판단했지만, 이 판단이 곧바로 수선집의 침해가 아니라고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입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 및 개인적 의견 개진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나 법적 의견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에 대해서는 관련 분야의 변리사 또는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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