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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계란 May 28. 2019

01. 남자 친구보다 사랑했던 영어공부


고등학교 1학년 입학식, 우리 반에는 미국에서 1년 이상 공부하고 복학한 언니가 "세"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다. 영어가 정말 싫어지고, 재미없는 과목으로 낙인찍힌 것이 말이다. 미국 물먹고 온, 영어시간에 '쏼라쏼라' 했던 언니들이 어린 마음에 잘난 채로 미국도 영어도 정말 싫었었다. 수능 단어는 너무 어려웠으며, 독해 지문은 점점 길어져만 갔다. 영어 성적은 점점 떨어져 갔고, 어느새 나는 A 반에서 B 반으로 내려가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영어와 아주아주 멀어져만 갔다. 영어교사인 엄마는 항상 "영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강조했고, 덕분에 어렸을 때부터 외국인도 많이 만나고, 외국도 보내주시고, 영어공부에 많은 돈을 투자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와의 악연을 떼려야 뗄 수 없었고, 고3 나의 영어점수는 항상 더도 말고, 덜도 말고, "4"등급을 유지했다. 열심히 하든, 열심히 하지 않든 항상 그 자리 그대로였다. 단어장, 듣기 책, 독해 등 영어책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렸고, 그렇게 "빠이빠이"를 고하며 다시는 영어를 보지 않을 생각에 행복했다.





수능이 끝나고, 집 근처 S 어학원에서 "수능 끝난 고3 학생들을 위한 영어회화 수업 모집" 3주 과정을 알게 되었고, 친구 따라다니게 되었다. 한국인 선생님 한 시간, 외국인 선생님 한 시간 매일 배우는데, 정말 ABC부터 가르쳐줬다. 당시 그 수업에는 의대, 교대 등 에 합격한 공부 잘한 학생들이 많아서 몇몇 친구들은 지루해했었는데, 나는 너무너무 재밌었다. 외국인 선생님과도 너무 친해져서 단둘이 놀러도 많이 다녔다. 3주 과정 후, 많은 친구들은 그만 다녔는데, 나는 계속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 아침 7시 반을 들었다. 아침 7시 반에 들으니 더더욱 재밌었다. 일하는 언니, 오빠들과도 친해지고 가끔 저녁에 모여 밥도 같이 먹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그렇게 2월 대학교에서 3주 동안 하는 "합격생 영어캠프"에 참여하게 되었고, 영어회화수업을 계속 들어온 내게, 영어캠프는 너무 쉬었고, 자신 있었다. 그 결과 캡틴을 맡았었고, 수료식 때, 신입생 대표로 스피치를 하게 되었다. 그 스피치로 완전 자신감을 갔게 되었고, 계속해서 1학년 1학기 때부터 언어교육원 영어회화 수업을 꾸준히 듣게 되었다. 영어공부를 엄청 열심히 하지는 않았지만, 아침 8시 수업임에도 불구하고 회화수업을 빠지지는 않았다.               


                                         

                                                                                                 


그렇게 1학년이 끝난 겨울방학이 왔고, 우연히 제일 어린 나이로 "GEO-5 지구환경 회의" 통역 알바를 하게 되었다. (당시, 토익점수는 없었는데, 전공 관련 행사였다.) 같이 일한 30대 언니들과 엄청 친해졌고, 영어가 유창했던 언니들을 보며, 꼭 외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외국에 가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학교 언어교육원에서 매일 4시간씩 하는 영어 집중강좌를 들었다. 4명의 외국인 선생님을 만났는데, 그중 한 명인 "Andy"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았다. 개인적으로 친해졌고, 생일선물도 주고, 커피도 사주고, 영화 속에서 나오던 하얀 피부, 노랑머리, 파란 눈의 외국인이었다. 하지만 "Do you have a boyfriend?" 물어봤을 때, 난 부끄러웠고, 외국인과 영어는 어려웠고, 당시 얼버무렸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Andy랑 이야기하기 위해, 메시지 하기 위해, 편지 쓰기 위해 영어공부 열심 모드로 돌입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던 때였을 것이다. 영어 자체를 그 외국인이라 생각하고 열렬히 빠져있었다. 열심히 하던 중, 언어교육원에서 가장 잘 가르친다는 Scott 선생님을 만나면서, 영어 실력이 참 많이 늘었다. 그 선생님은 내가 자주 하는 실수들을 모아 핸드아웃을 만들어 줄만큼 열정 있는 선생님이었고, 덕분에 진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지금도 그 선생님이 준 핸드아웃은 나의 영어공부 기록이 담겨있는 보물 중 하나이고, 항상 옆에 두는 것 중 하나이다. 그렇게 대학교 2학년 1학기는 영어에 빠져 살았다. 언어교육원에 가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영어 공부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었다. 그렇게 영어와 사랑에 빠진 한 학기를 마치고, 7월 말레이시아로 교환학생에 가게 되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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