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있는 봄방학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었다. 만약 미국에서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서부는 다녀왔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가게 된, 라스베이거스, LA 그리고 산타바바라. 처음으로 동부에서 서부로 가며, 하늘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광경은 참 넓고도 넓었다. TV나 영화 속에서 봤던 곳들은 직접 간다는 사실이 너무 설렜고, 모든 로보틱 일정이 끝난 후의 여행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홀가분했으며 더 설렜다. 그렇게 처음 간 곳은 라스베이거스였다. 고등학교 때, 수학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라스베이거스 여행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될 만큼, 라스베이거스는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에펠탑, 피라미드,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을 갖춘 호텔들은 참 인상적이었으며, 벨라지오의 거대한 분수쇼는 보고 또 보아도 결코 질리지 않았다. 너무 많은 시설이 구비된 호텔에서 수영장에 누워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각종 호텔의 매력에 호텔 구경을 했고, 유명하다는 쇼도 보았다. 셀 수 없는 가지 수의 뷔페, 깨끗하고 화려한 쇼핑몰 등 그 모든 것이 참 매력적인 장소였다. 오래전부터 갈망했던, 라스베이거스 근교의 그랜드캐니언을 갔다. 그랜드캐니언은 지질학의 교과서라고 불리며, 지질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여행지이다. 책에서만 보던 그랜드캐니언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황홀했고, 뿌듯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의 3일의 시간 후, 아쉬움을 남긴 채, 로스앤젤레스로 향했다. 천사들의 도시, LA. 미국에서 가장 큰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라,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을 생각에 기대되는 장소였다. 뉴욕보다 훨씬 더 크고, 저렴한 가격에 놀랐고, 한국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맛에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싹~ 사라졌다. 앞으로 한국이 너무 그리울 때마다 LA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전을 해서 산타바바라 와이너리 여행을 갔는데, 와인이 어찌나 달콤한지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LA에서 조금만 가는 보이는 산타모니카에서, 태평양 바다에 한국을 향한 그리움을 달래기도 하고, 천문대에서 보이는 도시 풍경은 너무 예뻤다. 라라랜드 촬영지도 가보았는데, 영화에서 본 장소를 직접 오를 수 있어, 행복했었다. 무엇보다 LA가 좋았던 것은, 뉴욕과 달리 복잡하지 않았고, 급하지도 않았으며, 아주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넘치는 햇살, 모든 것을 다 갖춘 것처럼 완벽한 도시였다. 바쁘고, 바빴던 학교생활 중 서 부여행은 꿀 같은 시간이었다. 라스베이거스는 라스베이거스대로 좋았고, LA는 LA대로 팔색조의 매력이 있었다. 가는 곳마다 그림이었고, 평화로웠다. 내가 갔던 동부의 어떤 여행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좋았기에, 동부로, 원래 자리로 놀아가는 게 싫을 만큼 모든 날이 좋았다.
그렇게 행복하기만 했던 시간을 지나, 달력은 5월 초를 가리켰다. 다가오는 거센 폭풍우를 예감하지 못한 채, 경험하지 못했던 미국의 또 다른 여러 도시들을 가보고 싶었다. Memorial day 때, 시카고 여행을 계획하며 마음껏 행복을 누리고 있을 때, 삶은 내게 전에 몰아쳤던 폭풍우가 끝난 것이 아니라, 잔잔해졌던 것이었음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잔잔함 뒤에는 전보다 훨씬 더 큰 폭풍우가 몰아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