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2020년 초, 코로나19가 막 시작될 무렵의 일입니다. 변호사인 친한 선배와 만났을 때의 일입니다.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마늘을 하루에 10쪽씩 먹으면 코로나에 절대 걸리지 않는다."
본인은 이미 매일 마늘을 복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마늘이 건강에 좋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19에 직접적인 예방 효과가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뉴스에서도 가짜뉴스로 판명 났다고 대답했더니, 선배는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마늘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더라고. WHO에서도 인정했다는데, 우리나라 정부는 왜 이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을까?"
그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평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력을 자랑하던 변호사가 이런 황당한 가짜뉴스를 철석같이 믿고 있다니요. 아무리 팩트체크된 뉴스 기사를 보여주어도 그는 자신의 믿음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런 '마늘 만능설'이 SNS를 통해 엄청나게 퍼졌었죠. "한국인이 코로나에 상대적으로 덜 걸리는 이유가 마늘을 많이 먹어서"라는 식의 그럴듯한 해석까지 붙여지면서요. 심지어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코로나 예방용 마늘"이라며 가격을 올려서 팔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변호사 선배처럼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까지도 이런 정보에 쉽게 현혹되었다는 점입니다. 전 세계적 팬데믹이라는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혹시라도 효과가 있다면"이라는 심리가 작용했던 것이죠. 특히 "천연 성분", "WHO 공인", "유럽 의사 발견" 같은 그럴듯한 키워드들이 붙으니까 더욱 신빙성 있게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저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 마늘로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다고 믿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깨닫게 되었습니다.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는 학력이나 전문성도 별다른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는 걸요. 오히려 "나는 남들과 달리 속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때로는 더 큰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우리는 모두 어떻게 해서 이토록 쉽게 '그럴듯한 거짓'에 넘어가게 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만 합니다. 가짜뉴스에 현혹된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더 나아가 우리 자신도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심리학, 사회학, 그리고 미디어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게 되는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살펴봐야겠습니다.
가짜뉴스가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외부의 환경 이전에, 우리의 내면에 존재하는 가장 원초적인 인지적, 감정적 취약성을 파고들기 때문입니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가설을 지지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찾고 수용하며,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심리적 경향입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취사선택을 넘어,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자아상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깊은 내면의 방어 메커니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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