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있는 메시지의 7가지 원칙
몇 년 전, 해외에서 전기밥솥 제품 하나가 크게 인기를 끈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국내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고 몇몇 사람들이 실제 직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당시에 이 제품이 굉장히 궁금해서 직구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좋아했던 브랜드의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그때 이 전기밥솥이 국내에 정식으로 발매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A/S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보면 직구보다는 정식 판매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낫기에 직구를 포기하고 정식 발매를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브랜드 국내 홈페이지의 공지게시판을 통해 해당 전기밥솥의 미출시를 알려왔습니다. 이유는 한국의 쌀 고유의 밥맛을 끌어내고 다양한 잡곡밥을 짓기 위해서는 현지에 최적화된 제품보다 한국 환경에 맞는 더욱 개선된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제작된 국가의 밥 짓기 방식에 맞춰 만든 제품이라 한국 쌀과 밥 짓기 방식에는 최적화되지 않았고, 테스트 결과 개선이 필요해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브랜드의 팬이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이 공지가 오히려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한 진정성이 느껴져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이 브랜드의 다른 제품을 많이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우연히 이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방문했는데, 저는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 당시 미출시했던 전기밥솥이 정식 발매되어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 사이 놓친 제품 관련 뉴스가 있었나 해서 공지사항을 다 뒤져보았지만, 그동안 개선된 제품을 준비했다는 뉴스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개선이 필요하다"며 미출시했던 제품이 아무런 설명 없이 그대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저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후 브랜드의 다른 제품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2024년 한 해만 봐도 수많은 브랜드들이 "진정성" 부족으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허위를 금방 알아챕니다. 리뷰마케팅으로 포장된 가짜 후기, 환경을 생각한다며 내놓은 그린워싱 제품, 사회적 가치를 외치다가 실제 행동은 정반대인 기업들...
탈진실 시대의 역설이 여기에 있습니다. 진실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일수록, 브랜드의 진정성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입니다.
‘진정성’이란 단어는 오늘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과거에는 매끈하게 잘 만든 콘텐츠, 완벽한 카피, 세련된 영상이 메시지의 성패를 좌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웰메이드보다 중요한 건 ‘진정성 있게 말하는 것’ 그 자체입니다. 탈진실 시대에는 '무엇을 말했는가'보다 '소비자가 어떻게 느끼고 믿게 했는가'가 브랜드의 생존을 좌우합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인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외침이 아니라, 고객의 감성적인 영역에 다가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진정성 있는 메시지'입니다.
진정성이란 단순히 '진실을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고객을 대하는지,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마케팅 실무자로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한 번의 거짓된 메시지가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1화 '탈진실 시대, 당신의 메시지를 빌드업하라!'에 이어 탈진실 시대의 메시지에 진정성을 담아내는 방법을 살펴보겠습니다.
브랜드가 아무리 좋은 말을 해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는 외면합니다. 진정성이 전달되는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 일곱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합니다.
첫째, 일관된 언어와 태도를 유지합니다. 오늘은 친환경을 외치다가 내일은 가성비를 강조한다면 소비자는 혼란스러워합니다. 파타고니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경보호라는 하나의 메시지를 흔들림 없이 지켜왔고, 그래서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믿습니다. 시기와 채널이 바뀌어도 브랜드의 목소리는 같은 방향을 가리켜야 합니다.
둘째, 브랜드의 행동과 메시지를 연결합니다. 말만 멋지고 실제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금방 들통납니다. 룰루레몬의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땀 흘리는 삶(Sweatlife)". 그들은 어떻게 실천할까요? 매장에서 요가와 필라테스 클래스를 엽니다. 커뮤니티 러닝 이벤트를 만듭니다.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함께 땀 흘리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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