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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 시대, 당신의 메시지를 빌드업하라!

납득 가능한 이야기를 만드는 메시지 빌드업 7단계 프로세스

by 박찬우
이것이 팩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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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 정부는 각종 오보와 괴담에 맞서 '오보와 괴담이 난무하는 시대, 혼란을 겪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팩트를 바탕으로 진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목표로 팩트체크에 나섰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자 '이것이 팩트입니다'라는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의 행적을 분 단위로 상세하게 공개했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시 국민들은 이미 수많은 소문과 불신, 감정적 동요 속에 있었습니다. 청와대의 발표는 그저 "이것이 팩트이니 믿어라"는 식의 일방적인 통보처럼 느껴졌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불신과 의문을 해소해주지 못했죠. 대통령 보고 시점이 10시 22분이었다는 팩트만으로는 세월호 참사의 복잡한 배경과 비극적인 과정을 설명할 수 없었고,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팩트'를 강조할수록 "왜 이제 와서 이런 자료를 내미냐"는 반감만 더 커졌습니다.


"사실을 제시하면 된다"는 단순한 접근이 왜 실패했을까요?


탈진실(Post-Truth) 시대에는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의 신념과 감정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아무리 객관적인 사실이라도 진정성과 공감 없이 던지는 메시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보여주는 교훈입니다.


* 조금 더 사람들이 가짜뉴스를 믿는 이유가 알고 싶으시다면


오늘날 우리는 단순히 진실과 허위의 경계만이 흐려진 시대를 넘어, 감정과 정서, 믿음, 근거 없는 주장들이 객관적 팩트보다 더 빠르게 확산되고, 더 강하게 믿어지는 정보 생태계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이미 믿고 싶은 방향으로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해석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매우 취약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객관적 데이터입니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소비자를 설득하거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브랜드는 처음부터 결론이나 진실을 던지기보다는, 배경과 맥락을 차근차근 쌓아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메시지 빌드업(build-up)' 방식이 필요합니다. 오늘은 이 '메시지 빌드업' 방식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메시지 빌드업(build-up)'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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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은 축구 용어에서 유래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입니다. 축구에서 빌드업은 수비수가 공을 잡은 후 롱패스로 단번에 공격하는 게 아니라,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메시지 빌드업'이란 한 번의 메시지 전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와 다양한 고객 접점을 통해 메시지의 배경, 의미, 가치 등을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과정을 말합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신뢰를 형성하도록 돕는 스토리텔링 전략입니다. 마치 드라마나 영화가 하나의 사건을 여러 회차에 걸쳐 심도 깊게 다루며 시청자의 몰입시키듯이, 브랜드 메시지도 여러 채널과 시간을 들여 다각적으로 접근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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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팩트체킹연맹(IFCN)의 Global Fact 컨퍼런스에서는 매년 전 세계 팩트체커들이 모여 가짜뉴스와 싸우는 방법을 논의합니다. 이들이 수년간의 실전 경험을 통해 내린 핵심 결론은 이렇습니다.


"진정한 팩트 체크를 위해선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과 진행과정을 심층 취재하고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엮어 내야 한다."


왜일까요? 인간의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믿는 것'은 빠르고 자연스럽지만, '의심하는 것'은 느리고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사로잡힌 사람에게 반대 사실을 제시하면 오히려 기존 신념이 더 강해집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신념은 애초에 사실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narrative)'는 다릅니다. 이야기는 감정과 논리를 함께 움직이며, 사람들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하도록 돕습니다.


바로 여기서 '메시지 빌드업'의 힘이 발휘됩니다. '메시지 빌드업'은 결과만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맥락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이 제품은 97% 만족도를 받았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결과만 던져주는 것입니다. 하지 "개발자 김 OO 씨는 3년간 2,847명의 고객 불편사항을 직접 듣고 개선했습니다. 그 결과 첫 출시 때 67%였던 만족도가 97%로 올랐습니다"라고 말하면 그 숫자 뒤에 담긴 노력과 변화의 과정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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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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