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 Glossier REP! -FanCase5

500명 팬이 만든 10억 달러 브랜드, 글로시에 Rep 프로그램의 비밀

by 박찬우
그냥 그녀를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만 하지 마라. 실제로 참여시켜라.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라. 그 피드백 루프를 활용하라.


2017년, 미국 뉴욕의 소셜 미디어 계정 수천 곳에서 비슷한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평소 뷰티 콘텐츠를 올리던 블로거들이 어떤 날 갑자기 자신의 페이지에 소개글을 올렸습니다.


"Hi, I'm a Glossier REP! 안녕하세요, 저는 글로시에 Rep입니다."


glossier-rep-page-e1493945534581.jpg 출처 : https://theblushedlily.wordpress.com/

거대한 이벤트도, 막대한 제작비도 없었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왜 글로시에를 좋아하는지, 어떤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글 끝에 하나의 할인 코드를 붙였습니다.


이것이 글로시에 Rep 프로그램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글로시에가 만들었던 가장 정밀한 팬덤 엔진이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브랜드로, 그리고 팬덤으로


글로시에의 Rep 프로그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브랜드의 모태가 된 뷰티 블로그 'Into The Gloss (ITG)'의 역할을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글로시에는 제품보다 커뮤니티가 먼저 형성된, 이례적인 '콘텐츠 기반(Content-first)' 브랜드입니다. 2010년 에밀리 와이스(Emily Weiss)가 보그(Vogue)에서 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트로 일하던 시절 시작한 이 블로그는, 훗날 Rep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조성했습니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제품 → 마케팅 → 팬" 순서로 움직일 때, 글로시에는 "커뮤니티 → 제품 → 팬덤 강화"라는 역순의 설계를 따랐습니다.

스크린샷 2026-02-02 135153.png https://intothegloss.com/

ITG의 핵심은 '인터뷰'였습니다. 유명 디자이너, 모델, 패션 에디터부터 평범한 미국 주부까지, 그들을 집에서 만나 뷰티 루틴의 세부 사항을 이야기 나누는 "더 탑 쉘프(The Top Shelf)" 코너는 독자들에게 전례 없는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킴 카다시안의 욕실 선반부터 이름 없는 일반인의 화장대까지, 모든 사람이 동등한 주체가 되었습니다. 독자들이 이 인터뷰에 열광한 이유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실제 사람이 실제로 사용하는 것'이라는 진정성 때문이었습니다.


정보 비대칭의 해소와 수평적 권위의 형성


기존 뷰티 매거진은 브랜드의 보도자료를 가공하여 전달하는 일방향적 정보 전달자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ITG는 광고가 아닌 실제 사용 제품을 가감 없이 공개했습니다. 독자들은 화려한 광고 문구가 아닌, "이 제품은 바닥까지 긁어 썼다"는 타인의 구체적이고 진솔한 경험담에 반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뷰티 정보의 권위는 '브랜드'와 '전문가'로부터 '동료'와 '리얼 유저'로 이동했습니다. 독자들은 댓글창에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거대한 신뢰 네트워크를 형성했고, 이는 훗날 Rep 프로그램이 가동될 때 "내 친구(또는 내가 팔로우하는 일반인)의 추천"을 구매의 가장 강력한 근거로 받아들이게 하는 심리적 기제가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주도 제품 개발과 심리적 주인의식


글로시에는 "피부 우선, 메이크업은 차선(Skin first, makeup second)"이라는 철학을 내세웠는데, 이는 에밀리 와이스의 독단적 결정이 아니라 ITG 독자들의 니즈를 데이터화한 결과였습니다.


Slider_1_-_The_Glossier_Cleanser__Milky_Jelly_Is_Here_.jpg 밀키 젤리 클렌저(Milky Jelly Cleanser)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인 '밀키 젤리 클렌저(Milky Jelly Cleanser)'는 개발 단계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당신의 꿈의 클렌저는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 답변을 제품 사양에 직접 반영했습니다. 이러한 공동 창작(Co-creation) 프로세스는 커뮤니티 멤버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주인의식을 부여했습니다.


2014년 글로시에가 첫 제품 4종을 출시하던 날, 수천 명의 "준비된 고객"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블로그가 4년간 형성한 커뮤니티는 단순한 잠재 고객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는 능동적 참여자였습니다. 이후 이들이 Rep으로 활동할 때, 그들은 단순히 남의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든 제품"을 세상에 알린다는 사명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는 금전적 인센티브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Rep들의 높은 관여도와 열정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이며, 글로시에 팬덤이 다른 뷰티 브랜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점을 가진 이유입니다.


Rep 프로그램: 단순함 뒤의 정교한 설계


글로시에의 'Rep'은 'Representative'의 약자입니다. 즉, 우리말로 해석하면 '브랜드 대표자' 혹은 '대변인'이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영업 사원을 뜻하는 'Sales Representative'에서 유래한 용어이지만, 글로시에는 이를 현대적인 의미의 '브랜드 앰버서더(Brand Ambassador)' 개념으로 재정의하여 사용했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대리인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대변하고 자신의 커뮤니티 내에서 글로시에의 가치를 전파하는 '대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글로시에 Rep 프로그램의 초기(2016~2019년)는 소위 '황금기'로 불립니다. 표면적으로 이 프로그램의 구조는 놀랍게도 단순합니다. 글로시에는 가장 열정적이고 활발한 고객들을 발굴하여 "Glossier Rep"로 초청합니다. Rep으로 선발되면 세 가지가 주어집니다: 자신만의 고유 할인 코드, 신제품의 조기 접근 권한, 그리고 제품 무료 제공. 누군가가 Rep의 코드를 사용하여 구매하면, Rep은 해당 매출의 일부를 커미션으로 받습니다. 수천 개의 브랜드가 운영하는 평범한 제휴(Affiliate) 프로그램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글로시에의 Rep 프로그램이 특별한 이유는, 이것이 마케팅 전략의 '끝점'이 아니라 '중간 단계'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제휴 마케팅 시스템이 아니라,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을 대변하는 큐레이션 플랫폼으로 기능했습니다. 그 이면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UX(사용자 경험)와 심리적 유인책이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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