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뉴스 11.4% 시청률에서 -떠오르다6

탈진실 시대, 당신의 브랜드는 신뢰의 피난처를 마련해 두었는가

by 박찬우

디지털 대전환기를 지나며 정보 소비의 주축이 알고리즘 기반의 뉴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이동한 상황에서, 지상파 TV의 시청률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데이터를 찾아보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이상한 상황을 하나 포착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시청률 추이 (출처 : 닐슨코리아)
11.4%


2024년 12월 4일, MBC 뉴스데스크가 기록한 수도권 가구 기준 시청률입니다. 평소 한 자릿수를 겨우 유지하던 지상파 메인 뉴스가 어떻게 갑자기 두 자릿수를 넘어선 것일까요. 이 궁금증으로 그날에 대해 좀 더 살펴보다가 의미 있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담화가 흘러나오는 순간, 대한민국의 스마트폰은 일제히 들끓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톡 단체방에는 "통행금지", "SNS 검열", "예비군 차출"이라는 단어가 무서운 속도로 번졌습니다. 유튜브 라이브에는 수십 개의 채널이 동시에 속보를 쏟아냈습니다. 누가 맞는지, 무엇이 진짜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때, 사람들은 채널을 돌렸습니다. MBC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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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 긴급 편성된 MBC 뉴스특보는 수도권 기준 최고 7.4%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인 12월 4일, MBC 뉴스데스크의 시청률은 수도권 가구 기준 11.4%, 전국 가구 기준 10.6%까지 치솟았습니다. 재난 주관방송사인 KBS 뉴스9는 같은 날 전국 기준 6.6%에 머물렀습니다. 평소 대비 상승폭은 고작 0.3% p. MBC가 훨씬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은 것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계엄이 해제되고 사흘이 지나자, 시청률은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았습니다.

이 두 개의 숫자 사이에 — 11.4%의 폭등과 그 이후의 침묵 사이에 — 탈진실 시대를 살아가는 기업이 반드시 읽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은 위기 대응의 기술이 아닙니다. 위기가 오기 전에 무엇을 마련해 두었는가의 이야기입니다.


가짜뉴스는 신뢰의 빈자리에서 자란다


계엄 선포 직후, 공식 정보가 오기까지 단 몇 분의 공백이 있었습니다. 그 공백을 파고든 것은 정교하게 조작된 방송 화면 캡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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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방송사의 자막처럼 꾸민 이미지 — "오후 11시 이후 통행 시 체포" — 는 실제 방송과 구분이 불가능할 만큼 그럴싸했습니다. 극도로 긴장한 사람들의 뇌는 비판적 사고보다 생존 본능을 먼저 작동시켰고, 정보는 확인되기 전에 이미 수백만 명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이것이 탈진실 시대의 위기입니다. 위기는 사실 자체보다, 그 사실을 둘러싼 '해석의 전쟁'에서 먼저 시작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제품 결함 하나, 임원의 발언 한 마디, 내부 고발 한 건이 터졌을 때 — 회사가 입을 다물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인터넷은 이미 수십 개의 버전으로 그 이야기를 완성해 버립니다. 가짜뉴스는 사실의 빈자리에서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신뢰의 빈자리에서 자랍니다. 평소에 신뢰를 쌓아두지 않은 브랜드는, 위기의 순간 자신이 만들지도 않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버립니다.


사람들이 MBC로 간 이유 : 신뢰의 피난처


홍수가 났을 때 사람들은 아무 물이나 마시지 않습니다. 본능적으로 정수된 물을 찾습니다. 계엄의 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이 MBC로 몰린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저기는 정수된 정보가 나오겠지"라는 본능적인 판단이었습니다.


이것이 신뢰의 피난처입니다. 가장 혼란스러운 순간,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달려가는 정보의 안식처. 위기의 순간에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차곡차곡 쌓인 신뢰가 위기의 순간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뢰의 피난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그 답은 게이트키퍼(Gatekeeper)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게이트키퍼란 정보의 문지기입니다. 수많은 정보 중 무엇이 신뢰할 만한지를 걸러내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존재입니다. 원래는 언론학 용어로 기자와 편집장의 역할을 가리켰지만, 탈진실 시대에는 브랜드도 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게이트키퍼 역할을 오랫동안 충실히 해온 매체가 위기의 순간 신뢰의 피난처가 됩니다. MBC 뉴스데스크의 11.4%는 그 공식이 숫자로 증명된 순간이었습니다.


계엄의 밤 이전인 2024년 8월,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MBC는 이미 25.3%로 1위였습니다. KBS는 9.5%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방송매체 신뢰도에서는 격차가 더 벌어져 MBC 37.4%, KBS 13.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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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중심 관점과 디지털 크라우드 컬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기업의 디지털 마케팅 전략과 브랜드 팬덤 구축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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