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진실 시대의 역설, 가짜 가짜광고로 바이럴을 만들다
카톡으로 지인이 뉴스기사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관심 있는 탈진실과 연관이 있는 기사라고, 읽어보라고요. 섬뜩한 썸네일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미국 생수 브랜드 리퀴드 데스(Liquid Death)의 동계올림픽 광고가 온라인에서 논란이 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I로 만든 것이 분명한 피겨스케이터가 등장해 악마로 변신하는 충격적인 장면이 나오 영상이 마치 공식 브랜드 광고처럼 퍼져나갔고, 실제 올림픽 중계 도중 봤다는 사람까지 등장했지만, 브랜드나 방송사 차원의 공식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누군가가 Google AI Studio의 Veo 3로 만든 비공식 가짜 광고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입니다.
브랜드가 만들지 않은 콘텐츠가, 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브랜드의 메시지처럼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탈진실 시대에 가짜정보가 비즈니스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사례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지인도 제게 사례를 보내 준 것이겠죠.
저도 사실 파악을 위해 광고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검색해도 해당 광고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브랜드 공식 채널에도, 유튜브에도,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드디어 광고를 소개한 한 인스타그램의 콘텐츠를 발견하였습니다.
광고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AI로 만든 피겨스케이터가 빙판 위에 서서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안녕, 나는 진짜가 아니야. 나는 인공지능이 만든 존재야. 저기서 응원하는 내 엄마도 AI야. 하지만 나처럼 인공적이지 마. 대신 리퀴드 데스의 아이스콜드 탄산수를 마셔."
그리고 화면이 바뀌었습니다.
"당신은 이게 소다가 아니라는 걸 믿지 못하겠지만… 내가 인류의 종말이 될 거라는 건 믿을 수 있을 거야."
스케이터와 AI '엄마'는 리퀴드 데스 캔을 맨손으로 찢어버렸습니다. 카메라가 스케이터의 얼굴을 클로즈업했습니다. 눈이 붉게 변했습니다. 미소가 일그러졌습니다.
광고가 끝났습니다. 역시 논란대로 AI가 만든 가짜 광고처럼 보였습니다. 저 역시 이건 단순한 괴상한 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탈진실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브랜드가 관여하지도 않은 콘텐츠가 공식 광고처럼 소비되는 시대가 됐다는 것.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의 사례로 생각되었으니까요.
레딧(Reddit)에는 이미 불이 붙어 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이 나를 가스라이팅하고 있어. 남자친구한테 보여주려고 찾았는데 존재의 증거가 없어."
"방금 봤는데 너무 무서웠어. 근데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어."
사람들은 광고를 찾기 위해 스스로 움직였습니다. 공유하고 증언하고 설명하고 논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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