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이 도구가 아니라 깃발이 되는 순간
챗GPT 불매운동 확산, 70만 명 보이콧 선언
유튜브로 영상을 검색하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뉴스 썸네일이었습니다.
클릭했습니다. 앵커 멘트가 끝나자 화면이 바뀌었습니다. NYU 마케팅 교수 스콧 갤러웨이가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멈추게 하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뭘까요? 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오픈 AI의 챗GPT 구독을 취소하는 거라 믿어요."
영상을 멈추고 잠시 생각했습니다. 교수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뭔가 더 큰 이야기가 그 안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2026년 2월, 미국을 진원지로 이 운동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발단은 공개된 정치자금 내역이었습니다.
OpenAI 대표 그레그 브록먼과 그의 아내가 트럼프의 슈퍼팩 MAGA Inc. 에 2500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주요 AI 기업들과 비교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갑니다. 같은 기간 팔란티어와 JUUL의 기부액은 각각 100만 달러였습니다. 다른 AI 기업들의 기부금보다 무려 26배 많은 금액이었습니다.
여기에 미국 이민세관집행국 ICE가 이민자 취업 심사에 ChatGPT 기반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겹치면서 불씨는 순식간에 번졌습니다. OpenAI가 AI 규제를 막기 위해 5000만 달러를 로비에 쏟아붓고 있다는 소식도 더해졌습니다. 비영리 법인으로 출발해 '인류를 위한 AI'를 표방하던 기업이, 권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가장 빠르게 돈을 불리는 회사가 됐다는 배신감이 깔렸습니다.
어벤저스의 헐크, 마크 러팔로가 인스타그램에 보이콧 지지 글을 올렸고, 그 게시물은 4000만 뷰를 돌파했습니다. NYU 교수 스콧 갤러웨이, 역사가 뤼트허르 브레흐만까지 합류하면서 논쟁은 IT 업계의 뒷골목을 벗어나 공론장의 한가운데로 올라섰습니다.
quitgpt.org 에는 하루가 다르게 서약이 쌓였고, 캠페인 참여자들은 구독 해지 확인 화면을 캡처해 SNS에 올렸습니다. "나는 ChatGPT를 지웠다"는 선언이 일종의 정치적 의식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콧은 돌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불씨가 떨어지기 훨씬 전부터, 이미 수면 아래에서 균열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2026년 1월,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Apptopia가 공개한 수치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미국 AI 챗봇 앱 시장에서 ChatGPT의 점유율이 1년 만에 69.1%에서 45.3%로 무려 24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입니다. 반면 구글의 Gemini는 같은 기간 14.7%에서 25.2%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고, 일론 머스크의 Grok은 1.6%에서 15.2%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불과 1년 만에 존재감을 10배로 키운 것입니다. 샘 알트만은 지난해 12월 사내에 '코드 레드(Code Red)'를 선언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습니다. 절대 강자처럼 보였던 ChatGPT가 사실은 바람 빠진 타이어 위를 달리고 있었던 셈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경쟁이 치열해진 자연스러운 시장 성숙처럼 보입니다. Gemini는 구글의 막강한 생태계 덕분에 성장했고, Grok은 X 플랫폼과의 결합이라는 분명한 유인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Quit GPT 보이콧이라는 정치적 변수가 더해지는 순간, 이 숫자는 전혀 다른 맥락을 가지게 됩니다. 단순한 기능 경쟁이 아니라, '이 도구를 쓰는 사람이 어떤 사람으로 보이는가'의 문제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가짜뉴스, 탈진실 시대 마케팅>에서 이야기를 먼저 드렸습니다. 양극화 시대에 중도는 없다는 것을요.
Quit GPT 논쟁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중간 지대, 중도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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