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공감의 조건 - 떠오르다3

공감은 전략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

by 박찬우
AI에 일자리를 잃으셨습니까? 무료로 영화를 보세요.
(Lost your job to AI? See the movie for free)


해외 영화 마케팅 뉴스를 훑어보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기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 바로 이 기사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의 감독 고어 버빈스키(Gore Verbinski) 감독의 신작 'Good Luck, Have Fun, Don't Die'의 배급사 브라이어클리프(Briarcliff) 엔터테인먼트가 발표한 프로모션이었습니다.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무료 영화 티켓 2,000장을 나눠주겠다는 것이었죠. 언뜻 보면 AI 트렌드에 편승한 마케팅으로 느껴질 수 있으나 이벤트를 공지하는 공개서한을 읽고 조금은 다른 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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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분들께,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신작 <행운을 빌며, 즐기며, 죽지 마세요>를 대표하여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가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무료 티켓을 제공합니다.
인공지능 ‘혁명’ 속에서 여러분도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러분이나 주변 분이 진보라는 이름으로
조용히 대체되거나 배제되거나 '최적화'된 경험이 있다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무료로 영화 티켓 두 장을 드립니다.

"AI의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이들보다
이 주제의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 CEO 톰 오턴버그

자세한 내용은 https://bit.ly/therevolutionstarts 에서 확인하세요.

진심을 담아,
브라이어클리프 엔터테인먼트


배급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공개서한의 한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AI '혁명'으로 당신도 뭔가를 얻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we believe you should get something out of the AI 'revolution')"


단어 하나하나에 의도가 담겨 있었습니다. 'revolution'에 따옴표를 친 것, 'should get something'이라는 표현. 이건 축하가 아니라 보상의 언어였습니다. 누군가의 손실을 인정하는 언어였죠.


기사를 읽고 나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이건 단순한 타깃 마케팅이 아니었습니다. 공감과 위로의 언어로 느껴졌습니다.


증명서가 아니라 이야기를 요구한 이유


프로모션의 참여 조건이 흥미로웠습니다. 해고 통보서나 퇴직 증명서를 제출하라는 게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것이 조건이었습니다. "조용히 대체되거나, 옆으로 밀려나거나, 효율화의 이름으로 최적화된" 경험을 나눠달라고요.


여기에는 세심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서류를 요구했다면 이건 할인 쿠폰 마케팅이 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요청한 순간, 이건 대화가 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경험을 인정하고 경청하겠다는 태도, 상처받은 이들에게 브랜드가 건네는 위로의 제스처가 되는 것이죠.


CEO 톰 오턴버그의 말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AI의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보다 이 영화를 보기에 더 적합한 관객이 누가 있겠습니까?" 이 문장은 마케팅 타깃을 정의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피해자를 관객이 아닌 '당사자'로 호명한 것에 가깝습니다. 당신이야말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선언이죠.


영화가 먼저 공감의 자격을 증명했다


물론 아무 영화나 이런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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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Luck, Have Fun, Don't Die'는 미래에서 온 남자(샘 록웰)가 LA의 한 식당에 들어와 손님들을 인질로 잡고, 이들과 함께 AI가 초래한 종말을 막으려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30년 전이었다면 황당한 SF 판타지로 치부되었을 설정이, 2026년인 지금은 오싹할 정도로 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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