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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미국에서 무료로 처방전 받기_1

한인복지센터 방문기

by 만박사


내가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1년 정도 생활해 보니 병원에 가는 것이 왜 무섭다고 하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커버리지가 매우 좋은 미국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디덕터블이 150불, 코페이로 10%나 20%만 지불하면 되는 보험). 하지만, 병원에 방문하기 위하여 디덕터블이란 1년마다 내는 비용이 존재하고, 코페이, 약값 등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번 연재에서는 몇 가지 조건에 해당되면 무료로 병원 진료를 받거나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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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소문내라더라. 여기저기 소문내서 더 적합한 치료를 받고, 그 치료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에서 있는 말인 것 같다. 특히 미국에서는 더 소문을 내야 하는 것 같다. 내가 2년 정도 복용하는 혈압약에 대하여 소문을 내볼까 한다. 미국에 올 때 이 약을 1년 치 복용할 분량을 처방받아왔다. 대학병원에서 1년 치 처방은 안되지만, 아침저녁으로 복용한다 하고 6개월 처방전을 만들어 주셨다. 일종의 편법이지만 미국에서 연수를 많이 하셨는지 이곳 상황을 잘 아시는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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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이 거의 떨어져 갈 쯤에 동네 어전 케어를 찾아갔다. 내 보험으로 어전 케어 이용료가 0달러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어전 케어는 정말로 urgent 한 사람만 가는 줄 알았다. 이 약과 같은 성분으로 된 약을 처방해 주셨고, 동네 약국으로 처방전이 전송되어 약을 타가라고 하셨다. 그런데, 한 달 약값이 15달러, 1년이면 180달러이고, 나중에 집으로 나온 bill을 보니 디덕터블로 150불이 청구되었다. 몇만 원이면 먹었던 이 약이 330불을 줘야 미국에서 먹을 수가 있구나... 슬프구나. 미국에 계신 한국계 의사 선생님은 3개월치 처방전을 주셨고, 3개월 refill이 가능한 처방전도 함께 보내주셨다. 맥도널드에서 콜라 더 먹을 때 우리는 refill 이란 단어를 쓰는데, 여기서는 처방전에도 refill이란 용어를 쓴다.



어찌어찌하다가, ‘워싱턴한인복지센터’의 ‘HOPE CLINIC’이란 곳을 알게 되었다. 이곳은 한인을 위한 일정의 무료 보건소 같은 개념이다. 이곳의 Health Project Coordinator라는 분과 연락이 닿았다. 그분께서 알려주시는 곳으로 찾아갔다. 현관 앞에 파란 하늘에 빨간 단풍이 어찌나 이쁜지 입구에서부터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보통은 사무실 주소에 ***호로 적혀 있는데, 이곳은 세부 주소가 알파벳으로 J로 표시가 되어 있다. 이 단체는 버지니아주와 워싱턴 DC에서도 이런 사업을 꾸준히 해왔고, 4-5년 전부터 메릴랜드에도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몰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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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 보험이 있고, 우리 가정은 소득이 낮고(메릴랜드는 다른 주보다 평균 소득이 높다.), 영주권을 승인을 기다린다는 전제하게 상담을 드렸는데, 자격이 된다고 사무실로 와서 서류를 작성하고 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자격이란 2022년 Poverty Guideline에 나와 있는 세대수와 수입금액에 따른 %로, 250%-400%까지 어디 하나에는 내가 속해 있게 된다. 나는 250%에 해당된다. 올해 3월에 세금보고할 때 아이들의 SSN 번호가 없어서 우리 부부만 세대 구성원으로 올라가 있다. 일단은 아이들 정보도 다 적어냈고, 5인 기준으로 우리가 빈곤지수를 따지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곳의 딱 하나 단점은 아이들은 적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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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수치에 따라서 진료는 무료로 볼 수 있지만, 혈액검사 등은 약간의 비용을 지불할 수도 있다. 그 비용이 2-5불 이내로 매우 저렴하다. 또한 치매검사와 정신건강 관련 상담도 가능하다고 알려주셨다. 서류 등록일에 사무실에 가기 전에 최근 세금보고 결과지 원본과 메릴랜드 운전면허증과 복용하는 약통을 들고 갔다.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을 문의하고 상담을 받았다. 내가 이런 혜택을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강한 날이 되었다.


이 서류의 등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메일을 보니, 다음 주 진료를 보는 병원 주소와 예약 시간이 잡혀 있었다. 미국에 있는 한인들을 위해 여러 기관과 많은 사람들이 힘써주시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아직 이곳에서 생활 한지 15개월 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고, 적응기라는 것을 또 느끼게 되었다. 사실 내가 교민이라는 단어와 거리가 먼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이곳에 와서 나도 미국에 사는 한국 교민 중의 하나.라는 것을 실감했다.


[극한직업 엄마 과학자] #39. 슬기로운 미국 생활(02) - 미국에서 병원 다녀본 이야기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7980&SOURCE=6

다음 주에 병원을 다녀오면 다시 후기를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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