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OOD덕에 쑥쑥 크는 딸들
우리 아이들은 한식을 사랑하는 아이들이다. 햄버거와 샌드위치는 점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여행을 가도 햇반, 김, 김자반, 참치캔, 깻잎 캔, 스푼은 꼭 챙겨 들고 다닌다(고급 호텔일수록 전자레인지를 이용하기가 힘들다.). 미국 학교에 오자마자 한국 학교와 비교를 해 보라고 하면 단연코 한국 급식이 너무 그립다고 한다.
미국에서 점심에 학교에서 주는 메뉴로 피자, 너겟, 햄버거, 우유, 과일 등이 나온다. 해당 카운티의 어플을 설치하면 lunch 메뉴를 조회해 볼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이 이런 메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3시간 이른 하교를 하는 날에도 점심을 먹고 집으로 오기 때문에 도시락 싸는 것이 주부에게는 큰 부담이다.
내가 듣기로는 냄새나는 김치는 물론이고 참기름 냄새도 역해서 잘 안 싸가려 한다던데. 우리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인스타그램이나 카카오스토리를 보면 아이들 도시락을 예술로 승화시키듯 아름답게 싸서 사진을 올려주시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 감히 흉내도 낼 수 없는 그런 기술을 갖고 계신 분들이 참 부럽다.
필요하신 분을 위해 상품코드를 넣었다. 저렇게 검색하면 된다. 아이가 열기 귀챦다고 해서 요즘은 이케아에서 파는 9.99불짜리 죽통같은 보온통으로 싼다.
내가 자주 싸는 메뉴: 나의 메뉴는 딱 세 가지이다. 메뉴를 한정하면 지겨워서 그만 싸 달라고 하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것을 1년 넘게 싸고 있다. 요일은 정해두지 않고 그냥 내 기분 내키는 대로 만들어준다.
1. 김자반에 맛소금 한 꼬집, 참기름 조금 넣어 비닐 장갑으로 몇 번 주물러서 보온 통에 담아준다. 우리 동네 한인마트는 김자반의 종류가 3가지이라 참 다행이다. 나는 주로 해바라기씨와 아몬드를 넣어 고소한 노란색 버전과 명란을 넣어 더욱 건강한 빨간 명란 맛 버전을 주로 이용한다. 50그람 기준으로 2.49불인데, 세일을 하면 1.49불로 10개-15개를 미리 사서 쟁여둔다.
2. 두 번째 메뉴는 단연코 김치볶음밥이다. (1) 미리 준비할 것은 4일 정도 이용할 분량으로 스팸을 잘게 썰어두는 것이다. (2) 냉동실에 잘라둔 파 (3) 김치는 국물을 짜서 설탕을 좀 뿌려 넣고 신맛을 약하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미리 준비된 밥을 꺼내어 식혀둔다. 냉동실에 잘라둔 파를 약간 꺼내서 올리브 오일을 붓고 파 기름을 만든다. 이때 중간에 스팸을 넣어 같이 볶아준다. 준비된 김치를 잘게 썰어서 볶아준다. 정성스럽게 잘 볶다가 참기름을 조금 넣어준다.
3. 풀어둔 계란을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넣고 젓가락으로 휘저어 가면서 너무 뭉치지 않게 만든다. 밥과 참기름을 넣고 잘 섞어준다. 여기에 김자반이나 김가루를 넣어준다. 미리 잘게 만들어둔 노란 단무지를 보온도시락의 중간에 몇 번 넣어준다.
김밥 싸서 등교하는 둘째: 나는 요리에 별로 관심이 없다. 열심히 배워보려는 열정도 없어서, 필요하면 ‘백종원 *** 레시피’ 이런 식으로 검색해서 한두 번 만들어 보기만 했다. 남편과 둘째 딸은 미각이 예민하여 뭐든 잘 만든다. 미국집에 놀러 오셨던 시어머님께서 김밥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는데, 나는 아직도 뭔가 서툴고 둘째 딸은 잘 만든다. 김밥이 먹고 싶을 때는 미리 재료를 사달라고 주문한다. “내일 아침에 일찍 깨워주세요. 김밥 재료인 밥만 만들어 주시면 제가 쌀게요.” 실제로 일어나서 10-15줄을 만들어낸다. 그날 아침메뉴는 김밥, 점심으로 갖고 간 김밥으로 또 김밥을 먹게 되는 셈이다.
남편의 도시락 : 우리 남편은 오피스 안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때문에 간단한 샌드위치를 좋아한다. 예전에는 단팥빵을 사서 과일과 같이 넣어줬는데, 요즘은 샌드위치 속에 들어가는 내용물을 3-4일 치 미리 일요일에 만들어 둔다(남편이). 나는 일어나서 빵을 굽고, 샌드위치 속과 로메인 상추와 토마토를 넣어서 과일과 함께 가방에 넣어준다. 아이들에게 몇 번 이렇게 싸준 적이 있는데, 토마토가 자꾸 빠지네, 내용물이 흘러내리네 하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점심 먹는 시간 : 미국 초등학교(5학년)와 중학교(6학년) 점심시간은 3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초등학교는 K학년부터 5학년까지 30분씩 갭을 두고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다. 고학년일수록 점심을 늦게 먹는데, 4학년은 1시, 5학년은 1시 30분에 점심을 먹는다. 중학교는 6, 7 8학년이 시간차를 두고 점심을 먹게 되는데, 저학년인 6학년은 점심을 빨리 먹는다. 10시 22분으로 정해져 있으며, 3시간 공부하고 점심 먹고, 4시간 공부하고 집으로 온다. 아침밥을 먹고 너무 이른 시간에 점심을 먹기 때문에 요즘에는 아침을 과일로만 먹기로 했다 (다이어트해야 한다며).
내년 9월부터는 K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를 포함하여 점심 도시락을 4개나 싸야 한다. 나는 무슨 하숙집 아줌마 같다. 내 팔자야~~~~~. 미국에 와서 장금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진은 다음에 추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