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기 힘든 정산법
한국의 아파트 관리비 부과 제도는 여러 사람이 편한 시스템인 듯하다. 생활폐기물 수수료도 포함되고, 건물 보험료, 경비비, 세대 전기료, 공동전기료, TV 수신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 살다가 미국에 오다 보면 생활면에서 속 터지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오늘은 전기요금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21년 3월 부과된 우리 집의 전기요금은 16290원, 그 전달은 12840원이라고 적혀 있네. 남편은 미국에 가 있고, 나와 딸 세명이 사용한 전기 요금이다. 지금 이 금액을 보니 굉장히 알뜰하게 산 것 같아서 뿌듯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정말 꿈같은 이용요금이다. 만약 저렇게 금액이 나온다면 이상한 집으로 찍혀서 경찰이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가 미국에 도착한 21년 6월 30 버지니아주에 있는 IAD 공항 외부 온도는 36도였다. 한국과 비슷한 기후인데 그날은 굉장히 더웠다. 남편이 구해놓은 타운하우스에 방문했는데, 집이 굉장히 시원했다. 여름에도 냉방을 하지 않아도 77-78F로 유지가 되는 집이다. 그래도 가끔 손님이 오거나 온 가족이 집에 있을 경우에는 냉방을 틀었다.
이곳 메릴랜드 엘리콧 시티는 BGE라는 전력 회사의 전기를 끌어다 쓴다. 이 집에 이전에 살던 사람이 남겨준 ACCOUNT로 BGE에 등록을 하고, 새로 이사 온 사람의 이름과 신상정보를 제공하고 전기를 사용하면 된다. 미국에서는 신용이 중요하다고 한다. 외국에서 갓 이사 온 우리가 신용이 없기 때문에 디포짓을 요구한다. 남편이 22개월 살던 아파트는 월세비용에 전기요금이 포함되어 있어서, 따로 전기를 등록하지 않아도 되었다. 첫 전기 요금을 받아보았는데, 신용이 없는 대가로 227불의 디포짓을 내라는 것이다. 다만 3개월 할부로 걷어가겠다는 문구가 있었다. 이 비용은 1년이 지나서 연체가 없으면 다시 돌려줄 테니 그때 신청을 하라는 것이다. 이걸 알아서 주는게 아니라 내가 신청해야 준다는거야???
22년 1월부터 4월까지 우리가 납부한 전기 요금은 165.45달러, 218.21달러, 169.04달러, 150.79달러를 납부했다. 겨울에 엄청 춥게 지냈다. 한번 난방을 틀면 집 전체가 데워지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 한시간 정도만 틀었다. 이게 오히려 난방비가 더 나온다고 하는 분도 있다. 이번 겨울에는 다시 한번 전기 사용량을 실험해봐야겠다. 또한 아침 시간에 나를 뺀 온 가족이 학교와 직장으로 가기 때문에 혼자 집에 있으면서 난방을 하지 않고, 나는 동네 도서관으로 가서 노트북으로 일을 했다.
날이 풀린 5월부터 8월까지는 87.84달러, 75.78달러, 65달러, 45달러를 납부했다. BGE시스템 어플을 설치하고 들어가면, 시간대별로 사용량이 정확히 나온다. 우리 집은 가스가 없어서, 모든 에너지원을 전기에 의존한다. 아침에 식사를 하고, 도시락을 준비하는 시간에는 확실히 전기 사용량이 늘고, 가족이 모두 집에 도착한 이후로 사용량이 낮 시간에 비해 현저히 차이가 난다.
올여름은 작년보다 덜 더웠다. 매년 8월에는 8일 정도 여름휴가를 가기 때문에 인덕션이나 세탁기 등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다. 9월부터 11월까지는 60.76달러 57.38달러, 78.52달러를 납부했다. 우리 집의 사이즈는 1700 스퀘어피트[sqft] 정도 되는 사이즈이며, 보통의 타운 하우스와 마찬가지로 반지하, 1층,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변 사람들이 이 금액을 알면 “다들 이것밖에 안 나와?? ” 하고 묻는다.
이해하기 힘든 정산법 : 일정 금액을 사용해야 하는 신용카드가 생겨서, 전기 요금을 그 카드로 납부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미 autopay가 걸려 있기 때문에, 내가 납부한 이후에도 같은 금액이 데빗카드로 결제가 되었다. 결국 150.79달러가 이중으로 페이가 된 것이다. 그다음 달에는 청구서(87.84달러)가 나왔고, 150.79라는 크레디트에서 처리가 되고 62.95달러를 남겨졌다. 그런데, 갑자기 150.79달러를 리턴해 준 것이다. 그래서 우리집이 87.84불 미납 처리가 되었다. 약간의 연체 금액을 붙여서 그다음 달 청구 금액에 처리가 되었다. 아 복잡한 정산법이여. 만약 연체로 처리가 되면 227불 디포짓을 받는데 문제가 되는 거 아닌가? 전기회사에 글도 남겨보고 , 우편도 보내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나만 답답한 거지......... 시간이 지나니 다행히도 이번 여름에 디포짓은 크레디트로 모두 들어왔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나의 에너지를 소모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