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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미국에서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밥 먹을 때 기도하는걸 맨날 까먹는다.

by 만박사


나는 모태 무교이다. 초등학교 시절 증조할머니께서 다니는 천주교 성당에 가끔 가본 적이 있다. 열심히 다녔으면 아마도 세례를 받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가끔은 그 당시 공주 중동 성당의 외관과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부모님께서 종교가 없으셔서, 자녀인 나도 그 영향을 받게 된 듯하다.



심지어 나는 교회와 관련된 신앙생활을 별로 탐탁지 않아했다. 그 이유로는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1) 친척 중에 언행을 거칠고 무례하게 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그분이 교회를 다니신다. 그것도 우리 집 옆에 있는 큰 교회를 다니셨다. 그래서 그냥 교회가 싫었다. 2)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찬양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3) 우리 교회로 나오세요. 꼭 오세요. 길거리에서 반 강요적인 선교 4) 이단 등 부정부패의 상징 같은 느낌이 너무 싫었다.


내가 2007년에 요르단으로 학회를 간 적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택시를 대절해 이곳저곳 일일 관광을 했었는데, 그곳이 알고 보니 성지순례코스 중의 하나였다. 꼬불꼬불한 사막의 도로를 달려 느보산이란 곳에 도착을 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에 물린 사람들을 살려내기 위해 만들었다는 놋뱀과 인류 구원을 상징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합체하여 만든 유명한 상징물이 있다. 이때부터 나는 교회를 다닐 운명이었나? 15년의 세월이 흘러 결국 내가 교회를 다니게 되었다. 나는 베다니(예수가 세례 받은 곳)라는 교회를 다니는데, 이 느보산(모세가 생을 마감하고 묻힌 곳)과 베다니는 멀지 않은 곳이라 한다. 그때 정말 신의 계시였던가?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ㅋㅋㅋㅋㅋ 글을 다 쓰고 보니 어떤 사연으로 인해 교회에서 2010년에 결혼식도 했다.


한국의 지인들이 내가 교회를 나간다고 하면 다들 “네가??” 이런 반응을 보일듯하다. 사실 나도 조금 어색하다. 미국에 가면 교회를 나가야 한다. 여러 가지로 많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람들도 많이 사귈 수 있어서 외롭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말을 많이 들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교회를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본인의 필요함으로 인해 교회를 이용하고 싶지도 않다. 또한 미국에서의 이민교회라 하면 실망했다는 사람도 많고, 직분 갈등이 심하다고 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우리 가족이 교회를 다니게 된 사연은 조금 특이하다. 작년 연말에 세미를 좋아한다는 유치원의 남자아이가 같이 교회를 가자고 꼬셨다. 어린아이들이 집으로 놀러도 다니며 친하게 지내다가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몇 번을 그렇게 보내다가 둘째 딸에게 “네가 보호자로 좀 따라갈래?” 했더니 냉큼 대답을 하더니 따라갔다. 어느 날 투명 핸드백을 받아왔는데 그게 맘에 들었던지 큰딸도 따라가게 되었다. 이렇게 아이들만 9개월 정도 다니다가 전도사님을 비롯한 다른 학부모들과 안 친해질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이렇게 다니다가 어느 날 그 교회에서 한글학교 교사가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해도 되는지 조심스럽게 문의를 했다. 또한 한글학교 교육비를 50% 할인해준다는 제안도 솔깃했다. 매주 금요일에 자연스럽게 교회를 다니다가 목사님과 마주쳐도 꼭 교회에 나오라는 그런 말씀은 안 하셨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남편과 같이 교회를 나가볼까? 이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 교회에 이상한 사람은 없는지, 어떤 사람들이 다니는지 나름 속으로 간을 보고 있었던 건 아닌가... 나 혼자 이런 생각도 해보았다. 나는 역시 속물인가 보다.


메릴랜드에 사시면 저 번호를 꼭 저장해 두세요. 요즘 사건 사고가 많아요.

우리 교회에는 100여 명의 교인이 있고, 넓고 낮은 언덕이 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이곳에서 눈썰매를 탄다. 아이들과 겨울에 같이 오면 좋은 추억이 되는 장소이다. 11월 중순부터는 최저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데 아이들은 빨리 눈이 오기를 기다린다. 또한 세미의 남자 친구네 캠핑카가 교회에 주차가 되어 있어서 가끔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캠핑도 하고, 모닥불도 피워두고 영화도 본다. 트램펄린과 놀이터가 새롭게 단장되어서 아이들이 무척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다섯 명의 완전체로 교회를 나가게 된 것은 9월 18일, 교회 9주년 창립일이었다. 해마다 창립기념일에는 야외 예배를 하면서 전체 교인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다. 또한 가족사진 찍기를 신청하는 가족에게는 무료로 사진도 찍어주시고 나중에 인화된 사진도 주셨다. 이날 예배시간에 우리의 이름이 호명되어 얼떨결에 일어나서 교인들에게 인사를 간단히 하고, 점심도 먹고, 아이들의 친교활동도 지켜보고 하다 보니 집에 오면 2시 정도가 되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교회라는 곳에 머물게 되었다.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에 고정된 시간에 교회에 있었고, 가끔 토요일에 이런저런 세미나 같은 행사가 있어서 참석하게 되었다. 이제 캠핑가기도 힘들겠구나.....


11월 6일은 횟수로 8번째 교회에 나간 날이었다. 새 신자 교육을 위해서 목사님께서 따로 작은 방으로 부르셔서 교단에 대한 설명, 우리 교회의 역사 등에 관하여 간단히 이야기해 주셨다. 교인 카드에 이런저런 기념일등을 적어 냈는데, 오늘이 우리의 12번째 결혼기념일인 것이다. 목사님께서 축하해 주셨지만, 열이 나서 집에 두고 온 딸이 걱정되어서 일찍 마치고 집으로 달려갔다.



아직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매주 많은 금액의 헌금을 하지는 못한다. 큰 아이의 3박 4일 수련회 참가비도 지원을 해준다 하고 애 플픽 킹도 데려가 주시고, 여러모로 고마운 분들이 많다. 우리가 받은 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베풀 줄 아는 신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또한 기쁜 날이나 슬픈 날에는 같이 찬양하며 보듬어 줄 수 있는 신자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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