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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미국서도 계속되는 기록의 습관

뭐든 다 기록하는 아줌마~

by 만박사


만박사의 메릴랜드 일기 19화

미국에서도 계속되는 나의 기록하는 습관은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1년 365일 중에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날이 없고, 매 순간이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기록의 중요성은 더할 나위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이벤트, 백신 맞으러 가야 하는 날, 양쪽 가족의 기념일 등을 기록하는 것은 주부로서 중요한 일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일상을 사진으로 모두 기록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큰 아이가 오늘 4123일째 되는 날이다. 태어난 날부터 오늘까지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줬다(나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산으로 매일 찍은 사진을 주려고 한다.). 11년이란 긴 세월이 지났지만, 핸드폰 속에 있는 어릴 적 사진을 꽤 자주 들여다본다. 특히 먼 나라 여행을 자주 다녔기 때문에 여행지만 검색하면 우리가 어느 장소에 갔었는지 바로바로 꺼내서 추억놀이를 할 수 있다. 요즘 새로 나온 핸드폰은 micro-SD 카드를 끼울 수 없게 되어 있다. 예전에 폰을 변경하면 사진들을 번거롭게 파일 이동을 안 하고 micro-SD 카드만 옮겨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는데, 두 달 전에 변경한 갤럭시 S22는 그게 안된다.


2017년 11월 7일: 대전 국제유치원 7살반에 다녔던 큰딸. 아래 사진의 주인공.

2018년 11월 7일: 대전 국제유치원 7살반에 다녔던 둘째 딸. 지금 감기걸려서 열이 펄펄나고 있다.

2019년 11월 7일 : 큰 딸 2학년, 전국대회 글짓기에서 우수상을 탔고, 수상자는 참석하라는 공지.


사실 내가 사진을 기록하는 방법은 daum 카페를 이용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만든 카페가 아니라, 양쪽 집안 가족이 주로 보는 공유의 공간으로만 사용한다. 연도별로 ‘1107’ 이렇게 날짜로 파일을 업로드하기 때문에 11월 7일을 저렇게 검색하면 연도별로 자료가 뜬다. 작년에는 뭘 했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디에 갔었는지 연도별로 보면 참 재미있다. 아이들과 추억 소환 하기에 참 좋은 방법이다.

지금은 미국에 와서 살다 보니 한국과 낮·밤이 바뀐 시차 덕분에 한국의 가족들과 통화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11월 6일로 썸머타임(Daylight saving time (일광 절약 시간제) Time zone)이 종료되어서 시차가 1시간 더 난다. 이런 경우 우리의 일상을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께서 편하게 보실 수 있다. 우리가 쿨쿨 자고 있을 시간에 한국의 가족은 하루 전날의 미국 일상을 같이 공유할 수 있다. 유일하게 내가 하는 효도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유용하게 하는 ‘stamp’라는 어플이 있다. 사진의 하단 부분에 시간, 날짜, 주소지까지 담기도록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어플이다. 올해 중학생이 된 딸이 아침 7시 7분에 스쿨버스를 타러 나간다(버스는 11분에 도착). 서머타임이 종료되기 전에는 밖이 깜깜한 새벽 같았다. 힘들게 학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나는 매일 찍어두었다. 올해 pre-k에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막둥이가 아침에 버스에 타는 시간을 기록하기 위하여 매일 버스에 오르는 모습을 찍어두었다. 나중에 크면 다 소중한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사진 이외에도 중요한 일정을 메모하는 다이어리를 해마다 같은 것을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매일매일 일정, ~ 예약에 관한 것들, 누구를 만나는 미팅일을 꼬박꼬박 적어두었다. 나는 (아래 그림)이런 스타일의 다이어리를 매우 좋아한다. 모닝글로리도 좋고 양지의 다이어리도 좋다. 해마다 11월경에 구매하여 내년 초반에 발생하는 어떤 메모를 열심히 적어두었다. 그런데, 미국으로 이사를 했더니 이것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작년 11월에는 제주도에서 미국으로 이주하셨던 분이 사다 주셨고, 올해 11월에는 삼성병원에 계시는 분이 학회를 오시면서 우리 집에 방문하셨는데, 선물로 사다 주셨다. 새 다이어리를 받아서 비닐 포장을 뜯는 순간은 1년에 한 번 느끼는 나의 작은 기쁨이 되었다. 이런 메모는 핸드폰의 다이어리에도 기록을 한다. 매일매일 이 알림이 와서 내가 할 일을 알려 주는 게 너무 편하다. 하지만 레트로 감성으로 종이에 끄적이며 깊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도 할 수 있어서 나는 참 좋다.

아래 부분은 스케줄을 적어두고, 윗 부분은 중요한 전화가 오면 간단히 메모를 해둔다. 위 서재에 가면 년도별로 10년치는 모아둔것 같다. 나는 못 버리는 주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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