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국 땅에 와서 누구나 아플 때가 가장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 혹독한 감기를 이겨낸 가족을 보며 더 건강해지기를 다짐해본다. 우리 집에서 유난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두 명 있다. 둘째 딸과 바로 우리 남편(나 보다도 많이 젊으신데)이다. 똑같이 백신을 맞고, 똑같이 먹어도 이 두 명은 간혹 아프다. 9월에 flu백신을 모두 접종했고, 코비드 백신은 4차까지 모두 접종했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에 둘째 딸은 열도 나고 두통과 기침이 심해서 계속 약을 먹였다. 학교에 아파서 못 나오는 친구가 있는지 물어봐도 없다고 했다. 두통약과 해열제, 시판되는 기침약을 24시간이나 먹여도 차도가 없었다. 이런 적이 없는 아이이지만, 요즘 이런 환자가 너무 많다고 하여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보통 열이 3일 정도 간다고 했다. 가습기도 틀어두고, 작은 물수건을 만들어 이마에 얹어주고 해 봐도 소용이 없었다. 일요일 저녁에 학교에 메일을 써서 아프니까. 월요일에는 결석을 한다고 알렸다. 여기저기 지인들에게 수소문을 해보니 항생제를 쓰고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 가야 하나 워낙 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약을 쓰게 되었다.
난 항생제를 남용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자연치유를 기대하며 지나치게 버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1인이다. 약사인 지인의 말씀을 빌리자면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이 나은 후에 증상이 반복된다면 secondary bacterial infection pneumonia 도 의심해야 하기 때문에 항생제 처방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지인도 열이 안 내려서 병원에 갔더니 폐렴이라고 해서 항생제를 먹였다고 한다. 다행히도 한국에서 가져온 아모크라 정 625mg이 많이 있어서 아침 6시, 오후 6시에 한 번씩 먹였다. 두통이 오면 Advil minis를 4시간마다 먹였다. 기침을 하면 Dimetapp라는 시럽을 주기적으로 먹였다. 이랬더니 월요일에 좀 털고 일어났다. 동생이 스쿨버스 타고 가는 것을 보고 싶다며 배웅해주고, 아침 일찍 중학교 스쿨버스 타는 언니도 보고 싶다고 한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김밥을 말 줄 아는 둘째가 동생에게 김밥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딸내미 문제는 해결된 듯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해야 하는 남편이 못 일어난다. 방에 가보니 감기가 심하게 온 얼굴이었다. 얼굴에 나 감기!라고 적혀있을 정도이다. “이런, 세령이한테 옮은 거야?” 남편의 증세는 더 심각했다. 열도 나고 두통, 기침, 근육통, 기운 없음, sore throat, runny nose, sinus congestion 등 모든 증상이 한 몸에 다 온 것 같다. 이제 우리 가족은 집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격리를 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화요일은 미국의 상원, 하원 의원을 뽑는 election day이다. 초, 중, 고 학생들은 모두 휴교이고, 직장인들은 출근을 하는 모양이다. 한국은 이런 날에 모두 쉬는데, 미국은 언제 쉬어야 하고 언제 쉬지 말아야 하는지 아직 감이 잘 안 온다. 정확한 것은 학교 홈페이지의 calendar뿐이다. 콜럼버스 데이는 쉬는 날로 알고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집도 있다. 그날은 학교에 정상 등교하는 날이었다. 암튼, 이날도 우리 남편은 못 일어났다(nyquil and dayquil과 Advil, 한국 소염제, 아세트아미노펜 등을 먹음). 안 되겠다 싶어서 어젯밤에 Urgent care에 예약을 해놨다. 다행히 우리가 몇 번 뵈었던 한국인 의사분에게 예약이 가능했다.
Urgent care에 오면 4명의 사람을 만난다. 1) 데스크의 직원 2) 키와 몸무게, 혈압을 담당하는 직원 3) 의사 and 4) 주사를 놓거나, 기타 검사를 하는 직원을 만나다.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패드(위 그림)가 있는데, 이름과 생년월일을 넣고, check in을 해야 한다. 한국처럼 의사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혈압을 재고 문진을 하는 직원이 들어오고 끝나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신다(100.9F, 혈압은 130과 90). 이런저런 증상 이야기를 한국말로 하니까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일단은 flu 검사와 코비스 검사를 하면 좋겠고,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flu검사와 코비스 검사는 간이 검사를 하고, PCR 검사 결과는 나오면 즉시 통보해준다고 하셨다. 엉덩이에 맞는 진통제 근육 주사를 맞고 돌아가면 될 것 같다. 일단 독감이 의심되므로 독감에 쓰는 약(XOFLUZA® (baloxavir marboxil) 80 mg)을 먹고 가라고 하셨다(이 약을 다 먹고 가라 하셔서 5알이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가운데 1개만 있음). 아무것도 안 해 준다고 익히 들었는데, 생각보다 잘 치료를 받고 돌아왔다. 참고로 우리 보험으로 Urgent care 100% 커버가 된다.
돌아오는 길에 Cantaloupe가 먹고 싶다 하셔서 마트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후 30분 정도 지나서 증상이 많이 호전되었다. 살만한지, “이번 주 금요일에 발표를 해야 하는데................”이런 걱정을 하고 있네. 암튼, 4일 동안,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약이 총출동을 했다.